2020년 현재,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지는 만 3년이 지났습니다. 고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건 겨우 2년 만이고요. 현재 고객 수는 1250만 명에 도달했습니다. MAU* 또한 1000만 명 수준으로, 기존 은행들을 이미 추월했습니다.
* Monthly Active Users, 한 달간 순 이용자 수
2. 앱만 만들면 다야? 진짜 모바일 최적화여야지
Pain Point: 오프라인의 복잡함이 온라인에서도 반복된다
기존 은행들의 보수적인 태도는 오프라인 은행 서비스를 모바일로 전환했을 뿐, 고객의 사용성을 혁신하려는 노력은 없었습니다. 일례로 대출이나 예금에서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필요도 없는 앱을 강제로 설치해야 합니다.
Solution: 절차는 최소로, 만족은 최대로
카카오뱅크의 절대적인 목표는 '고객을 편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관료적 절차들을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 중심 철학을 기본으로 혁신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런 노력이 합쳐져 현재 카카오뱅크 고객들이 열광하는 뛰어난 사용성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 비밀번호 이체: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도 이체
- 앱으로 한도와 금리 조회: 앱에서 대출 신청을 누르면 1~2분 만에 적용받을 한도와 금리를 조 회할 수 있습니다.
- 서류 제출 절차 삭제: 이미 신용 조회를 통해 최선의 대출한도를 제시했으니, 고객을 번거롭게 할 이유는 더 이상 없는 것입니다.
3.플랫폼따라 상품도 당연히 변해야지
Pain Point: 많은 상품 말고, 좋은 상품 원해요
Solution: 돈 빌릴 땐 간편하게, 돈 모을 땐 즐겁게
카카오뱅크의 예금 및 대출 상품은 각각 5~6개뿐입니다. 상품 이름도 간단하게 '입출금 통장', '정기예금'입니다. 이 상품 중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상품을 무조건 많이 제시한다고 만족도가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고객은 여러 가지 상품을 원하는 게 아니라 '최선의 조건을 제시하는 단 하나의 상품'을 원하는 거니까요.
또 카카오뱅크에는 번거로운 우대금리 제도도 없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주거래 은행 비율을 높이는 게 중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고객을 편리하게'라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고객에게 급여계좌 수정을 요구하는 건 고객을 번거롭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4. 저축의 본질에 주목하게 만든 게임화전략
카카오뱅크의 히트 상품인 '26주 적금'에는 카카오뱅크의 상품 철학이 잘 드러납니다. 카카오뱅크가 이마트와 콜라보 해서 런칭한 '카뱅-이마트 26주 적금'은 오픈 하루 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했습니다. 게임화(Gamification)를 적용한 것인데요.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을 게임처럼 만들어 재미와 활동을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게임화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고객에게 저축하는 재미를 알려주기 위해서였습니다.
5. 고객들이 원래 누리던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Pain Point: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게 낫다
인터넷 은행의 한계는 특히 중장년층의 전환 비용을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아무리 사용이 편리하다 해도 기존 은행에서 누리던 서비스를 포기할 만큼 인터넷 은행의 메리트가 크게 와 닿지 않는 것입니다.
Solution 1: ATM 수수료 무료
카카오뱅크로의 전환 비용을 낮추기 위해 선택한 첫 번째 전략은 ATM 수수료 무료 정책이었습니다. 물론 이 비용은 카카오뱅크가 전부 부담했죠. 2019년 카카오뱅크가 사용한 광고비는 겨우 73억 원이지만 CD/ATM 지급수수료는 431억 원에 달합니다. 잠재 고객을 광고에 노출시켜 끌어모으는 것보다 카카오뱅크를 이용 중인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사용하는 데 집중한 것입니다.
Solution 2: 모임통장
카카오뱅크의 두 번째 전략은 모호한 다수가 아닌 확실한 소수의 니즈를 공략한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새로운 것이라면 알아서 찾아 쓰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의 전환 비용이 훨씬 높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모임통장'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지인들을 빠르게 초대할 수 있어 편리하고, 모두가 접근 가능하니 관리가 투명합니다. 실제로 40대 이상 고객 비중은 출시 초기 25%에서 1년 새 31%로 늘어났고, 50대 이상 고객 비중도 6.3%에서 9.5%로 증가했습니다*.
6. 혁신은 고객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다
카카오뱅크는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을 쉽게 해결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편리한 사용성을 내세우자, 대출해 줄 자금이 부족할 정도로 이용하려는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덕분에 카카오뱅크는 위험도가 높은(=신용위험을 까다롭게 평가해야 하는) 고객 대신, 명백하게 신용이 우량한 초 고신용 고객만으로도 대출 예산을 다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카카오뱅크는 고객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자체적인 신용위험 평가 능력을 갖추게 되어 대출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7. 향후 카카오뱅크의 시장 장악
카카오뱅크는 이미 상장 준비에 착수했고,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어마어마한 자금을 끌어모을 예정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개인 신용 대출만 취급했던 것에서 주택 담보대출과 기업 대출이라는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하려 합니다. 자본 확충과 동시에 시장 확대를 맞이할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카카오뱅크 회원의 절반이 35세 미만으로, 젊은 층이 대부분입니다. 10년 후, 이 연령대 회원들의 자산과 대출은 급격히 늘어날 거고, 자연스럽게 카카오뱅크의 예금과 대출도 증가할 겁니다.
현시점에서 아직 완전한 대출 상품이 갖춰지지 못한 탓에 기존 은행 고객들의 퍼스트 뱅크 지위를 가져오지는 못했는데요.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가까운 미래에 중장년층 역시 카카오뱅크로 전환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8. 비즈니스 인사이트 정리 : 모든 의사결정은 고객 입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성공 요인을 요약하면 아주 단순합니다. 획기적이고 창의적이고 기발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편의에만 집중했습니다. 26주 적금이나 모임통장 같은 상품기획도 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을 위한 고민을 계속했다는 점입니다.
큰 규모의 광고비나 판촉비를 지출하거나 일시적인 이벤트를 통해 유저를 모으지 않았습니다. 아주 보수적인 방식으로 고객, 상품, 서비스만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카카오뱅크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전통산업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객의 가장 큰 불편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첫째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든 간에 업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혁신의 시작을 도와줄 겁니다. "실리콘밸리 핀테크 기업에서는 뭐가 유행이지?"가 아니라, "고객이 지금 겪는 불편함은 무엇이고,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지?"라고 질문했던 카카오뱅크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