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백설공주라고 부르지 마, 2.0 시대 문학

디지털에서 시작해 종이책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문학

by 프렌치 북스토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아날로그 종이책으로 문학을 즐기지만, 디지털은 문학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이제는 독자와 함께 작품을 쓰고, 플랫폼에서 등단하는 작가들이 나타나면서 디지털에서 시작해 종이책으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 문학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문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되어 독자 반응을 살펴보고, 종이책으로 재탄생하는 창작·유통 방식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웹툰을 비롯해서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콘텐츠가 책으로 출시되는 것처럼, 프랑스에서는 왓패드, 스크리베이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실험되고 성장한 텍스트가 일정한 서사 구조와 완성도를 보완해서 오프라인 형식의 출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흐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프랑스의 하이브리드 문학은 텍스트 친화적이기 때문에 '책'이라는 기존 형식에서 크기 벗어나지 않다는 점이다.


검증된 독자층을 기반으로 새로운 출판 기회를 얻는 이중적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작가가 미국의 애나 토드(Anna Todd)이다.


그녀는 2013년 팬픽션(fan fiction) 커뮤니티와 왓패드에 『애프터(After)』라는 연애 소설을 연재했다. 그녀의 소설은 15개월 만에 누적 10억 뷰를 달성했고, 이 인기에 힘입어 2014년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 출간되었다.


『애프터』 시리즈는 종이책으로도 국제적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영화화까지 이뤄졌다. 그리고 온라인 연재물이 상업 출판으로 직행한 대표 성공담으로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서도 『애프터』의 돌풍은 거셌다. 번역판을 초판 인쇄할 당시 미셸 우엘벡의 화제작 『복종(Soumission)』 초판 부수를 능가하는 물량을 찍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디지털 태생의 이야기가 전통 문단의 주류보다 더 큰 상업적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의미를 잃어가는 종이책 데뷔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작한 문학 스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스토리 플랫폼이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으로 각광받게 되면서 종이책으로 데뷔하는 것에 대한 의미가 희석된 것도 사실이다.


더 이상 출판사의 심사 과정이나 전통적인 등단 제도를 통과해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오히려 독자의 실시간 반응과 플랫폼 내 인기 지표가 사실상 새로운 심사 기준으로 인식되는 경향까지 만들어졌다.


이 변화는 문학의 생산 방식뿐 아니라 작가가 되는 과정 자체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독립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구축하고, 이미 검증된 독자층과 데이터라는 무기를 들고 종이책을 출판하는 경로가 낯설지 않은 환경이 되었다.


종이책은 더 이상 출발점이 아니라, 성공이 확인된 뒤 확보하는 확장 무대, 일종의 2차 포맷으로 인식이 변해가는 중이다.





사라 모랑(Sarah Morant)은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프랑스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수줍은(Timide)』이라는 소설을 왓패드에 연재하면서 십 대 독자들의 공감을 크게 얻었다.


그녀의 작품은 처음부터 대형 히트작은 아니었다. 조용한 시작에서 폭발적인 입소문으로 성장한 경우에 가깝다.


웹소설 연재를 시작할 당시 그녀는 벨기에에 살던 열일곱 살의 소녀였다.


처음에는 친구들, 우연히 알고리즘에 이끌려 들어온 몇몇 독자들로 시작된 작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뒤 극도로 내성적으로 변한 엘레오노르와 그녀의 마음을 두드리는 제이슨의 서사는 10대 독자들의 감정선을 정확히 타격했다.


그렇게 댓글과 추천, 스크린샷 공유가 이어지면서 몇 달 사이 조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400만 뷰를 넘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인기 작품이 되었다.


결정적인 분기점은 연재가 어느 정도 완결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마지막 장을 올렸을 무렵 많은 '독자들이 이제 종이책으로도 갖고 싶다', '언젠가 서점에서 이 책을 보고 싶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프렌치 북스토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프랑스 문학 큐레이션 중

4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