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기준, 그리고 작가의 정의
인공지능(AI)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 알고리즘을 문학 창작에 이용하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2018년에 이미 『1 the Road』라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소개되었다.
새로운 형태와 인터페이스를 실험하는 예술가 로스 굿윈(Ross Goodwin)은 뉴욕에서 뉴올리언스까지 자동차로 횡단하며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노트북 속 AI에 거리의 풍경, 스쳐 지나가는 대화의 소리, GPS 위치 정보 같은 주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입력했다. 그리고 그때그때 생성된 AI의 문장을 영수증 용지에 바로 인쇄했다.
그리고 이 이동과 기록의 과정 자체는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이 실험적 소설은 잭 케루악(Jack Kerouac)의 『길 위에서(On the Road)』 스타일을 흉내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 편집 없이 AI가 생성한 원문 그대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완성된 텍스트는 군데군데 서툴고 조각난 문장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영수증 종이에 출력된 짧은 텍스트의 모음집은 프랑스의 장 보이트 에디시옹(Jean Boîte Éditions)을 통해 정식 책으로 나와 큰 화제를 모았다.
AI가 실제 책의 저자로 등장한 최초 사례인 만큼 문단의 관심을 끌었고, 알고리즘이 쓴 로드 무비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AI의 글쓰기 실험은 소설에만 머물지 않았다. 시는 물론이고, 극본 같은 다른 문학 형식으로도 확장되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딥-스피어(Deep-speare)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딥러닝을 활용해 셰익스피어풍 소네트를 창작하는 데 도전했다. 연구진은 약 2,700편의 소네트를 인공신경망에 학습시켰다. 운율, 음절 수, 압운 구조 등 16세기 소네트의 형식적 규칙이 데이터로 입력되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AI가 생성한 시구는 운율과 문법 면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웠다. 겉보기에는 인간의 작품과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실제로 진행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AI의 시를 인간이 쓴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모방의 완성도는 그만큼 높았다.
그리고 드디어 2022년 OpenAI의 chat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등장하면서 누구나 손쉽게 긴 분량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아마존 전자서점에는 일반인이 챗GPT로 단기간에 써낸 셀프 출판 전자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 프랑스 출판 서비스의 설명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프랑스에서 AI로 작성된 자가출판 서적이 수천 권 단위로 등록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보고서는 아마존 킨들 플랫폼의 출판 한도를 언급한다. 이용자 계정당 하루 최대 3권, 연간 1,095권까지 출판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이 조건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비교적 명확하다. 의지만 있다면, AI를 활용해 매일 책을 찍어내는 방식의 연속 출판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 결과, 짧은 기간에도 대량의 제목이 출판물로 등록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물론 이런 양산형 콘텐츠는 대체로 문학적 가치나 편집·검증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못한 실험적 산물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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