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새롭게 정의된 참여형 문학
AI와의 대화로 글을 쓴다는 것은 기존의 전통적 집필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체험임에는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이야기의 진행이 오롯이 작가 의도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작가는 머릿속 플롯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문장을 써나갔다면, 이제는 AI의 예측에 따라 예상치 못한 전개나 문장이 튀어나오는 예외성을 활용할 때이다.
이때 작가는 일시적으로 자신이 쓴 문장을 읽는 독자 입장이 된다. AI가 내놓은 문장을 감상하고, 해석하고, 그다음 전개를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작가가 독자가 되는 순간은 AI 대화형 글쓰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창작 경험임에는 분명하다.
좋은 작가는
좋은 글을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좋은 작가는 좋은 글을 알아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프랑스의 그레고리 샤통스키(Grégory Chatonsky)는 AI와 함께 소설 『Internes』를 쓰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창작자 지위의 변화를 강렬하게 체험했다.
AI와 한 문장씩 주고받으며 글을 쓸 때, 가끔 AI의 출력이 뜻밖의 방향으로 이야기를 틀거나 엉뚱한 이미지를 제시할 때를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작가는 마치 남이 쓴 글을 처음 대하는 독자처럼 놀라고 호기심의 눈으로 글을 보게 된다.
샤통스키는 이러한 순간을 '생산 과정 한복판에 나와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alien)를 끌어들이는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곧 내 안의 상상력이 아닌 외부에서 온 타자의 상상력을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그런 과정을 예술사적인 맥락에서 '과거 초현실주의자들이 자동기술법으로 의식의 통제를 흩트리거나, 존 케이지가 우연성에 작곡을 맡긴 것과 비슷한 시도'라고 말한다. 즉, AI는 창작자의 의도에 능동적으로 혼돈을 부여하는 도구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혼돈은 작가로 하여금 자신도 예측 못 한 결과를 받아들이고 거기서 영감을 얻도록 이끈다고 말한다.
샤통스키가 남긴 고백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소설을 완성한 뒤 다시 읽어보았을 때 어느 문장을 자신이 썼고 어느 문장을 AI가 썼는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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