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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Aug 20. 2020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신입 개발자들에게..

제발 정신차려 이 친구들아..

중소기업 IT 기술 연구소의 엔지니어로 IT계열에 발을 들인지 햇수로는 6년차가 되어간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입과 개발자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인력충원에 대한 의욕도 남다르다.

3년여 정도 개발자 인력충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회사에서 채용하여 아직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구는 1명 뿐이다. 개발자를 채용하여 호흡을 맞춰가는 팀의 입장에서 현재 대학교, 취업지원센터, 졸업자무료 국비지원 학원에 이르는 일련의 커리큘럼을 통해 양산되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 희망하는 취준생들에게 몇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개발자를 꿈꾸는 취준생들의 입장에서는 "내가 겪은 시간과 경험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라는 태도보다는 100여명의 신입 개발자를 직접 인터뷰하며 경험한,, 아쉬운 점들을 채워가기를 바라는 인생 선배의 잔소리 정도로 이 글을 여겼으면 한다.


1) 대학생활동안 개발과 관련이 없는 것이라도 무엇이라도 제발 해라.

- 100여명의 지원자들을 면접보면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졸업생 국비지원 학원을 수료한 취준생들의 80%정도가 정작 대학 학부생 시기에는 개발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졸업작품 또한 코드나, 결과물 없이 허겁지겁 마친 듯한 인상을 보여준다.

- 개발과 관련된 결과물이나, 나름대로의 고민이 담긴 기획이 없더라도. 대학 4년이라는 시간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보면, 취업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술먹고 노느라 시간을 보냈다. 학교 시험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등의 답이 오곤한다.

- 대학생활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만, 그 시간의 자유동안 다양한 분야에 접근해보거나, 대학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여행을 하던지, 말 그대로 대학생 답게 시간을 좀 보냈으면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좋은 경험들이 되지 않을까.

(돈과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대지말자, 가슴에 손을얹고 조용히 1분만 생각해보라.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것이다)



2) 면접시에 개발지식과 개념을 어느 정도 안다고 이해했다고 아무말이나 두서 없이 하면 안된다. 이해를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는 선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다, 어떤 대학원 생이 교수님 앞에서 연구에 대한 브리핑을 할때 교수님은 "어린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수준으로 설명하라"고 주문하셔서 연구브리핑이 정말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어린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을 준비하다 보니, 결국 자기가 개념만 이해하고 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들춰보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 개발자들의 면접 시간은, 특히 신입의 경우, 지원자가 아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다. 지원자가 아무리 열심히 이야기 해도 그정도의 정보는 구글에 검색하면 30초 이내에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  IT를 전문기반으로 하는 대형 회사들은 코딩 테스트를 통해 1차적으로 블라인드 면접을 보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럴만한 여건과 시간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면접을 통해 인성, 기술 면접을 모두 해결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전달되는 말의 논리성이 지원자의 논리력을 검증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

- 급하게 먹으면 체한다. 질문에 대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머릿속으로 기승전결이 아니더라도 서론본론결론은 한문장정도씩 생각하고 설명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그것도 어렵다면, 결론을 먼저 도출하고 뒷받침하는 예시나 원인들을 나열하기를 주문한다.


3) 내가 지원한 회사에서 '내'가 왜 필요한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취업자들과 채용회사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들을 통해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수많은 회사들을 모니터 화면의 스크린 안에서 모아보고 클릭한번으로 회사에 지원을 한다. 그리고 면접날 아침 회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다.

- 지원자들의 채용지원은 온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내가 일하려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파악할 시간과 여유와 자원이 없다.

- 인터넷을 통해 회사를 아무리 검색하보더라도,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회사에 사정이나 어떤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지, 등등 직접 담당자들을 대면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상황이 많다.

- 내가 지원하는 회사에 어떤 역할로 근무하게 될지는 100%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회사에 왜 필요하는 지를 고민하다보면 지원하는 회사의 성격이나 문화를 조금이나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 회사와 개발자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니다. 개발자는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제공하고 회사는 그에 걸맞는 보상을 제공하는 주고 받는 관계이다. 특정 회사에 목매는 태도는 개발자라는 전문직에서는 필요하지 않다. 주는 만큼 받는 것이다. 그러기에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제시하라.



4) 마지막으로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다시 말해 전투 시뮬레이션 가상 환경이 아니라 실제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다. 내가 죽고 사는 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탄 배가 통째로 침몰하고 가라앉을 수도 있는 전쟁터다.

- "신입이니깐 이정도는 봐주겠지, 실수도 눈감아줄 수 있겠지, 1~2년만 경력채우고 다른데 이직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신입 개발자들이 의외로 많다.

- 정신 차려라. 당신은 성인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전문직으로서 개발업무에 채용을 지원한 것이고, 그에 대한 대가를 회사로 지급받는 사회인이 된 것이다.

-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왜 해야하는지 하는 고민들을 먼저 해결하고 회사에 지원하길 바란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고민을 시작하면, 그야말로 HELL Gate 가 열리게 된다.


개발자로서 일을 시작하기 전, 자신의 내면의 고민들을,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한번씩 수면으로 꺼내보는 시간들을 갖고 나름대로 몸부림쳐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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