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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Sep 14. 2020

검사 황시묵을 통해 작가가 말하려 했던 것들

비밀의숲

주말 이틀동안 비밀의숲 시즌1을 정주행했다. 아직 5편정도 남았지만,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한템포에 모두를 보기엔 힘들다는 생각에 쉬어가면 보다보니 완결을 내지 못했다.

이 드라마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 나름대로의 요소들을 찾아냈다.
1) 경찰, 검찰, 언론, 기업이라는 조직의 특성을 잘 표현해냈다.
2) 범인을 쉽게 드러내지 않도록, 흥미를 끊이지 않도록 전개를 세심하게 배치했다.
3) 등장하는 인물들의 미묘한 인간의 심리를 세심하게 묘사했다. 등장인물에 어울리는 성격을 잘 표현했다기보다는, 인간의 심리를 잘 드러냈다.




주인공 검사 황시묵.
그는 어릴 때 수술의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
분노, 부끄러움, 기쁨, 놀람, 모욕감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가 없다.
기업, 정치계, 사법기관의 유착이 의심되는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황시묵.

드라마의 황시묵 검사를 통해 작가는 세가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1) 자신이 속한 조직의 살을 베기 위해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초인이 되어야 한다.

작가는 황시묵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되어야 뿌리깊게 박혀있는 한국 사회의 비리구조를 파헤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조사과정중에 불법을 알면서도 조직의 논리를 앞세워 범죄를 묵살시키려 시도하는 모습이 경찰, 검찰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팔을 안으로 굽히듯 일어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안정과 자아성취의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다시말하면 조직에 속해 있다는 안정감이 사회정의보다 먼저라는 것이다. 다만 황시묵처럼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라여야만 조직이 주는 안정감보다 사회정의를 우선할 수 있다는 역설을, 자기 살을 스스로 베는 고통은 소속감이라는 안정감을 과감히 버릴 수 있을 만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다.

 
2) 조직의 리더십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비리를 끊을 수 없다.

사법부의 핵심인 검찰, 경찰 조직의 리더십이 연관된 비리를 캐어나가는 황시묵 검사를 모두가 손가락질 한다. 자기식구를 잡아먹는 괴물이라고. 황시묵은 수많은 손가락질과 수모를 모두 무시하고 자기 할 일을 해나간다. 경찰서장의 성접대 정황이 드러나지만, 경찰조직은 서장을 신뢰하는 만큼 명백한 사실을 믿지않고 되려 서장을 감싸고 돌며, 수사를 방해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를 다른말로 하면 조직 사회라고 바꿔 말할 수 있을 만큼, 조직문화가 강한 사회구조이다. 

3) 경찰, 검찰, 언론, 기업, 정치계 에서는 이런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드라마는 현실의 축소판이다. 비약하거나, 축소하거나, 왜곡했다면 이미 외압으로 이 드라마는 상영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작가가 상상속에 그려낸 시나리오를 기반한다고 하지만, 드라마에서 다루는 비리와 만연한 조직주의 등은 이미 발생했거나, 앞으로도 충분히 발생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시말해 국민들에게 개 돼지처럼. 순수하게 받아들이며 속지말라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드라마이다.

작가는 이런류의 드라마를 다시는 쓰지 못할 지도 모른다. 기득권은 자신의 약점을 알거나, 위협하는 것은 무엇이 되었든,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인류 역사속에 기득권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 하나는 잘 살아야한다. 황시묵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공동선을 초월한 정의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황시묵이 아니라면, 약자의 곁에 설줄 아는 강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가 변화하려면 변화의 시작점이 될 trigger 들에게 용기와 신의 그리고 양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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