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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Aug 13. 2021

화를 이기는 습관, 감정의 명명화

분노를 글로 정리해야 하는 이유.

논리도, 근거도 없는 비아냥이나 비난에 온 신경이 확 꽂힌다.


한번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했다는 사실에 생각이 꽂히면, 다른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채 세상을 떠나버린 허공을 헤매이는 귀신처럼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뿌리를 뽑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실  오늘 겪었던 일에서 감정의 실체는 화가 아니라 당황이다.

내가 잘못한것이 없고, 비난받을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상황가운데 놓였고, 제대로  반박이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당황이었다.


당황이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가장 선택하기 쉬운 분노를 분출시키는 상황.


위와 같은 상황들은 일상에서 수도없이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면, 자기도 모르게 분노가 휘몰아치는 일상을 매일같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감정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명명화가 우리의 일상에 필요한 이유이다.


오늘, 당황스러운 상황을 겪어 찜찜한 분노가 떠나가질 않는다. 내 컨디션이 좋고, 여유가 있었다면 굳이 오래 붙잡고 있지 않았을 불쾌함을 기어이 지푸라기 잡듯 계속 붙잡고 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누가 되었건 손끝하나라도 손을 대면 활화산처럼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증폭된 상태에서 감정의 객관화, 명명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고, 마음이 심난하거나 머릿속에 복잡할때 글을 쓴다.

오늘의 상황을 정리해보자.

1) 그 사람의 말은 사실 나를 비난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었다.

2) 오히려 반응하지 않고 아무말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의 상황을 만들었다면, 상대에게 공포감을 주었을 것이다.

3) 앞으로는 즉각적인 반응을 피하고, 침묵과 비언어적인 태도로 무조건 방어와 반사가 아닌 분위기로 압도하자.


분노의 상황에서 나를 헤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극단적인 말과 행동들이 터져나오기 전에 나를 휘감고 있는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를 내리고, 나의 분노가 정말 분노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분노로 포장한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일수록, 지인보다는 타인들을 상대하는 위치일수록,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일수록 피할 수 없는 비난과 비아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나와 동일시 해온 직위, 명예, 직책을 나와 분리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은 통제와 억제를 기본으로 하는 스트레스 기본치가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거리에서는 운전자들이 골프채를 휘두르고 행정복지센터에는 공무원들에게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119 구급대원들을 폭행하는 환자들이 넘쳐나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누군가의 분노 장애와 같은 행동이, 글로 표현되거나 명명화를 통해 구분되지 않은 분노로 인해 나의 말과 행동에서도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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