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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파카 Aug 23. 2020

회사의 미래는 문화가 결정한다.

구멍가게 될 것인가, 기업이 될 것인가

7년차 개발자, 재직중인 회사는 2016년에 창업하여 업력 5년이 되어가는 IT기반 웹서비스 회사다. 첫 직장의 팀이 분사하여 사업자를 내고 회사를 차리게 되었고 합류요청에 승낙하여 창립멤버로 함께하고 있는 소규모 회사다.


현재 인원은 10명. 대표와 기술이사, 개발자 2명까지 총 4명이 주축이 되고 대표와 기술이사의 와이프 분들이 서포트 하기 위해 6명으로 출발했다. 초창기  멤버들 중 나와 함께 하던 개발자 한명의 이직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광고와 영업라인이 노력으로 점점 매출이 늘어났다.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고객대응과 서비스 확장에 대한 니즈가 늘면서 인력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지방 소재의 IT기업이다 보니, 인력을 보충하는게 수도권에 비하면 굉장히 어려운게 사실이다. 인력풀 자체가 모수가 너무 작다. 너무나 작은 인력풀 속에서도 일할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가능성이 보이면 채용을 하고 기회를 주는 시도를 하였고 창립멤버 5명이었던 회사는 신규 채용인력 5명이 충원되어 있는 상태이다.


신규로 채용절차를 거쳐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은 5명이지만 퇴사자는 10여명이 넘는다. 인사가 만사라고 신규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면서도 ‘왜 우리회사는 입사율보다 퇴사율이 높을까?’ 라는 간단하지 않은 질문을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를 보고 입사하지만, 상사를 보고 퇴사한다’ 라는 말이 있다. 신입사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건대, 우리회사 조직은 군대 내무반과 특별히 다르지 않다. 수직문화의 위계질서 속에 일의 흐름이 흘러가고 있다.


회사마다 수평적 문화가 유행하던 시기, 수평적인 문화가 우리회사에 필요한가라는 담론과 토론도 있었지만, 애자일 성격이 강한 업무 프로세스를 지향하는 우리회사에서는 수직적 문화가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는 결론을 냈다.


높은 퇴사율의 원인이 수직적 업무 프로세스가 문제였을까? 생각했지만 100에 10정도? 이지 않을까 라는 결론을 내렸고, 다른 문제점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퇴사율의 핵심을 찾게 되었다. 문제는 ‘불평등을 야기하는 문화’였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회사의 초창기 멤버중, 대표와 기술이사의 와이프들이 지금도 각자 마케팅과 재무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시간을 오래 보내고 지내온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듯한 업무태도이지만, 신규직원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상황들로 여겨질 만한 ‘문화’가 흐르고 있었다.


A는 매일 지각한다. 우리회사는 근무시간이 9시부터 6시 30분까지이다. 모든 부서는 9시에 티타임 및 미팅이 진행되고 업무 준비를 한다. 단 3명은 업무적인 이유로 미팅에 참여하지 않는데, 그 중에서도 1명은 당연하게 5분 10분씩 늦게 출근한다. 습관이 되어버렸다. 또한 A는 네이버에서 인지도 있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그리고 그 블로그 컨텐츠는 회사 업무시간에 사진과 글이 작성되고 발행된다. 회사일과 관계없는 내용으로. A는 경영진의 가족이다.


B는 얼마전 갑작스럽게 휴가를 썻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경영진은 가족의 휴가사실을 알리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일 왔다갔다 할일이 많이 있을것 같아서 내가 그냥 쉬라고 했어.’

.. 뭐지 ..


우리회사는 휴가와 관련된 규정들이 있다. 갑작스럽게 부서의 휴가자가 몰리게 되면 발생하는 업무부담을 줄이고자 휴가 일주일전 휴가를 신청하고 결제를 받는 구조가 있다.


2019년부터 시행되어 왔기에 모르는 사람은 없다. 때마침 대형 클라이언트의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회사에서는 한주간 휴가를 자제해달라고 공지를 한 상태였음 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예외’가 발생한 것이다.


경영진의 가족 2명은 상대적으로 업무 평가나 프로젝트 참여에 자유롭다. 회사에서 그들에게 보상이나 평가가 낮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직문화에서 ‘예외’란 누군가가 보기엔 ‘특권’이다.


경영진의 가족이 한 회사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구조 속에서 ‘기업 문화’가 아닌 ‘동네 구멍가게 룰’ 을 통한 ‘특권층’이 발생하게 되었다.


지난주 이와 같은 사실들을 가지고 대표와 면담을 했다. A와 B로 인해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불평등’ 을 알아듣게 이야기 했다고 생각했디만. 듣는 자리에서는 당황했는지 앞뒤가 맞지 않는 방어를 펼쳤다. 아마 주말 내내 들었던 말을 가지고 곱씹고 잠못이루며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안으로 굽는 팔 때문에, 납득되지 않는 특권을 과연 20대의 신입사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물론 말로 묻고 답할때는 받아들일 수 있으며, 공감할 수 있다는 투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겠지만, 사람이 느끼는 바는 다들 비슷하다.


가족이라는 혈연관계의 직원들에게 특권을 선사 함으로써, 회사의 규정이 무시되고 ‘기업’이 아니라 ‘구멍가게’ 가 되어가는 모습을 돌려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알려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회사는 인재들을 붙잡지 못할 것이고, 사람에 투자하고 준비하지 못한 회사의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구멍가게가 되는 수밖에.


2016년 10월 1일은 지금의 회사로 이직한 날짜이다. 매년 10월 1일이 되면, 스스로에게 ‘왜 이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답한다.


8월이 끝나가고 9월이 지나면 그 질문을 꺼내들 시기가 다가온다. 그 안에 회사가 자정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이 회사에서의 5년간의 흐름을 끊어내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구멍가게’를 유지할지, ‘기업’으로 발돋움 할지는 경영진의 선택이다. 다만, 지혜로운 선택을 하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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