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외치는 직원을 노린다"…직장 내 '가스라이팅'

<다크 심리학>으로 읽는 거절의 기술

by freq blue
부당 업무 지시한 부장 - 대행사 3화, JTBC 드라마
어렵게 얻은 일자리에서 청년들은 사실상 '부당한 지시' 거절이 어렵습니다
근속연수로 자리 잡은 관리자의 '심리 조종'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 일자리 불안이 만든 심리적 먹잇감

KOSIS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1월 취업자 13개월 만에 최소 폭 증가…청년 고용 부진 지속 - KBS NEW, 2026년 2월 11일
'고용한파' 청년 강타…실업률 5년來 최고 - 매일경제, 2026년 2월 11일

기업 채용 관행이 더 이상 신입 공채 대신 경력직을 중심으로 한 수시 문화 확산으로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1월 고용동향'에 보면 청년층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은 상승하여 전반적인 고용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용 환경 속에서 어렵게 취직한 청년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일들을 떠안고 있습니다. 그 일을 거절하지 못하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거절할 수 없게 만든 구조를 기업과 사회가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조직에 기여하고 싶고,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며,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은 청년들의 선의를 이용해 거절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취업 자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겨우 얻은 자리를 잃을까 봐 더욱 수용적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역량 대신 근속…권위로 버티는 관리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JTBC 드라마
韓 인지능력에 따른 임금 보상, OECD 절반 이하…연공서열 탓 - 연합뉴스, 2026년 1월 14일
한국 직장인 인지역량 나이 들수록 급락… KDI "성과·능력 중심 임금체계 전환 필요" - 국민일보, 2026년 1월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근로자 인지역량의 감소 요인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독특한 특징이 드러납니다. 20대 때는 수리력과 언어능력에서 OECD 국가들 중 상위권이었던 직장인들이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격히 하락한다는 분석을 했습니다.


이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역량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한 임금체계를 지목했습니다. 기업 대부분이 명확한 임금 결정 기준이 없고, 역량이나 성과를 반영하는 대신 근속연수만 늘면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지금 회사에서는 관리자 위치에 있습니다. 그 결과는 명확합니다. 20대엔 뛰어났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역량은 추락하는데 근속연수 때문에 관리자가 됩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과 업무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자신의 낮아진 역량이 드러날까 봐 두려운 겁니다.


신입 공채 대신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역량이 낮아진 관리자들은 대신 당장 실무에 투입해서 쓸 수 있는 경력직이 필요한 겁니다. 그 결과 청년 취업문은 더 좁아지고, 어렵게 들어간 청년은 더욱 거절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 먹잇감을 찾는 관리자…교묘한 압박의 기술

미생, tvN 드라마
"서장이 인사고과 앞세워 교통단속 실적 강요" 내부서 시끌 - 조선일보, 2025년, 10월 1일

고용 한파로 일자리 불안이 커진 지금, 거절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이런 상사에게 더없이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때 그들에게 필요한 게 거절하지 못하는 부하입니다. 지시하면 묵묵히 따르고, 상사의 빈자리를 메우고, 실적은 상사 몫으로 돌리는 직원 말입니다.


역량으로 승부하지 않고 근속연수와 권위로 버티는 관리자일수록 부하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합니다. 자신의 낮아진 역량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면서, 정작 청년들의 불안은 착취의 도구로 삼습니다.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방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타깃으로 삼는 순간 그들은 교묘하게 빠져나갑니다.


책 <다크 심리학(Dark Psychology)>은 이를 설명합니다. 작은 부탁부터 상대방이 거절하기 어려운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되, 선을 넘을 듯 말 듯 법적으로 딱 잡아내기 어려운 수준에서 상대의 심리를 이용합니다.



■ 한 사람이 불러오는 조직 전체의 연쇄 붕괴

미생, tvN 드라마
"벽 보고 서 있어라"…노동부, 강남 유명 치과병원 원장 갑질 적발 - 아시아경제, 2026년 2월 5일
'팀장이 술마시고 쌍욕·간부 모시는 날'…광주시 갑질 시끌 - 연합뉴스, 2025년 5월 8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상사의 태도를 본 동료들도 자신이 피해 받을까 봐 부당한 행동에 '침묵'으로 가담합니다.


어느새 상사의 요구는 암묵적으로 정당화되고, 거절하려는 순간 팀워크를 들먹입니다. 개인 대 개인의 문제였던 것이 어느새 개인 대 조직의 구도로 바뀝니다. 거절하는 순간, 명시적이진 않아도 실질적으로는 회사에서는 고립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순응하며 착취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결국 상사 한 명의 부당한 요구가 팀 전체의 압박이 되고, 그것이 기업 문화로 굳어지는 순간, 거절할 수 없는 구조가 완성되는 겁니다.


이런 부조리는 조직 문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한다"는 비교 속에서 혼자만 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단 압력은 더욱 강력하게 작용하고 고통의 대물림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 "거절은 죄가 아니다"…하지만 혼자선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랑의이해 6화, JTBC 드라마

<다크심리학 2 : 휘둘리지 않는 법>에서는 "거절은 죄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상 처음부터 강압적인 태도로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는 상사는 없을 것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려고 합니다.


직장에서 가장 쉽게 좋은 이미지를 얻은 법은 친절과 호의를 베푸는 것입니다. 비록 상대에게 친절과 호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사소한 호의, 사소한 친절이 가장 교묘한 무기 중 하나라고 말합니다.


시작은 감사한 마음과 상대의 요구를 분리하는 것입니다. 거절할 때는 감사 표현을 하고 정중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겁니다. 그리고 핵심은 명확한 선을 긋는 겁니다. 처음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요구가 들어왔을 때가 한 번 들어주면 상대는 그걸 당신의 기준으로 인식합니다. 다음엔 더 큰 요구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 업무 범위를 분명히 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요구할 시, 즉시 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 보면 됩니다. 늘 "나중에"라며 미루는 사람은 형식적인 태도를 드러냅니다. 미래 약속에 현혹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현재의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직장에서의 미래에 대한 약속 예를 들어 인사고과, 포상 등은 경제적 생존과 직결되어 있어 진심인 사람은 지금을 외면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론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명확하게 거절했다가 사내에서 소외되고 다른 사람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 개인이 아닌 구조가 바뀌어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JTBC 드라마

결국 이 문제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직원과 착취하는 상사가 그리고 방관하는 동료가 만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취업난이 가져온 심리적 압박은 청년들에게 어쩔 수 없이 선택지를 더 좁히고 기성세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업의 임금체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근속연수가 아닌 역량과 성과 기반으로 평가 체계가 전환되면, 더 이상 근속만으로 직장에서 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근속만으로 월급이 오르는 구조에서는 역량 개발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제대로 보상받는 구조라면, 관리자도 직원도 모두 성장하려 노력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성장은 따라옵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채용 관행도 바뀔 것입니다.

관리자 본인이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당장 투입 가능한 경력직만 찾는 게 아니라, 신입을 육성할 여력이 생깁니다. 결국 성과 중심 평가가 정착되면 경력직 위주 채용에서 신입 공채 확대로 이어지고, 청년들의 고용 불안도 해결될 것입니다.


거절을 비협조적 태도로 보는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합니다.

건강한 기업 문화가 조성되려면 무엇보다 업무 범위가 명확해야 합니다. 내 일과 남의 일이 분명하고, 협력은 당연하되 착취는 안 된다는 선이 그어져야 합니다. 상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했다고 해서 평가에 불이익을 주거나 승진에서 배제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법적 보호 장치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처벌 수위를 높여 기업과 가해자가 실질적인 부담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동시에 허위 신고와 정당한 신고를 구분하는 기준도 명확해야 합니다. 진짜 피해자는 보호받고 악의적 신고는 걸러지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거절의 기술'을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부당한 요구에 거절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역량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기업과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근본적인 청년들의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고 기업들은 '성장'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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