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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Nov 18. 2017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평이한 전기영화

fresh review

Intro

요리를 할 때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좋은 재료는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배우와 소재가 있어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미국의 유명 테니스 선수였던 빌리 진 킹이 1973년 역시 테니스 선수였던 바비 릭스와 펼친 성대결을 소재로 삼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전체적인 서사가 이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서사는 빌리 진 킹이 WTA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립해가는,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한국 제목과 다르게 빌리 진 킹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영화는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바비 릭스의 삶 또한 깊이 있게 다룬다. 이렇게 성대결을 펼쳤던 양 선수가 그 경기까지 오게 되었던 과정을 들여다보는 영화는 스포츠 경기의 짜릿함이나 극적인 연출보다는 인물 간의 대화와 선택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선택


빌리 진 킹으로 열연을 펼친 엠마 스톤과 바비 릭스 역의 스티브 카렐은 분명히 좋은 배우다. 특히 엠마 스톤의 경우 겨우 1년 전 <라라랜드>로 최고의 여배우 반열에 합류한 만큼 이번 영화를 기다리는 팬들의 기대가 남달랐을 것 같다. 물론 기대에 부흥하듯 엠마 스톤이 펼쳐 보인 연기는 준수했다. 하지만 좋은 재료가 항상 좋은 음식을 보장하진 못하듯 엠마 스톤이 선보인 연기와는 별개로 영화는 평이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연출부터 미술, 음악까지 분명히 특출나게 아쉬운 부분이 없는 영화는 그렇다고 특별히 기억나는 시퀀스 또한 없다. 개인적으로 이는 감독, 조나단 데이턴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데, <미스 리틀 선샤인>등 전작에서 인물 간의 관계와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에서 깊이 있는 감동을 끌어냈던 조나단 데이턴에게 극적인 연출과 순간을 잡아내는 디테일이 요구되는 스포츠 전기영화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옷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평이


결론적으로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은 배우들의 준수한 연기와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평이한 전기영화에 그친다. 양성평등을 위해 싸웠던 빌리 진 킹의 행동과 그녀의 삶은 분명히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밋밋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극적이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많은 인물들과의 관계에 메시지까지 담으려 하다 보니 인물들의 캐릭터에 깊이가 조금 부족했던 점 등은 <빌리 진 킹:세기의 대결>을 영화적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라고 말하기 주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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