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믿고 본다는 말도 지겨울 만큼 디즈니와 픽사의 합작은 항상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이번 <코코>또한 이런 믿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장난감, 머릿속, 우주 등 다양한 배경에서 거침없는 상상력을 선보여온 디즈니와 픽사의 이번 선택지는 사후세계다. 예고편부터 등장하는 해골들을 필두로 죽은 자들의 세계를 그리는 <코코>의 배경은 아이러니하게도 암울하거나 어두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멕시코 지역을 바탕으로 제작된 <코코>의 인물들은 형형색색의 화려한 옷들로 치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시종일관 에너제틱하고 흥겨운 모습들로 연출되어 영화 전반의 톤 앤 매너를 매우 경쾌하게 만든다. 더불어 사후세계 또한 형광색을 바탕으로 원색 계열의 강렬한 색채와 요소들이 가득하여 죽음에서 연상되는 슬픔이나 절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영화의 배경과 인물들이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코코>의 서사는 5월의 햇살처럼 따뜻하다.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려던 찰나 우연히 사후세계에 방문하게 된 미구엘의 모험을 그리는 영화는 105분 동안 가족과 꿈, 양쪽 모두를 따뜻한 시선으로 어루만진다. 나름의 반전은 물론 다양한 캐릭터들의 변주를 통한 재미요소들을 두루 갖춘 <코코>의 서사는 간혹 과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조차 능글맞고 유연하게 넘어선다. 디즈니와 픽사는 그들이 가장 잘 하는 디테일과 위트가 살아있는 스토리를 통해 멀리서 볼 때는 평범한 뒷산으로 보이지만, 숲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나무들로 울창한, 빈틈없고 따뜻한 영화를 완성했다.
이처럼 남녀노소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코코>는 눈물 또한 담고 있다. 그리고 <코코>에서 마주하게 되는 눈물은 영화처럼 경쾌하고 따뜻하다. 한국식 신파마냥 쥐어 짜내거나 슬프고 처절해서 흐르는 눈물이 아닌 아름답고 가슴 벅차 흐르는 눈물을 선사하는 <코코>는 연출과 서사가 윽박지르듯 강요하지 않고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온전히 공감되어 흐르는 눈물을 경험하게 한다.
2018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러빙 빈센트>, <보스 베이비>등을 제치고 당당하게 애니메이션 부문을 수상한 <코코>는 디즈니와 픽사의 끝없는 상상력과 따뜻한 시선을 감상하기에 넉넉한 작품이다. 이 말은 <코코>가 디즈니와 픽사의 전작들에 비해 특별하다거나 독특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믿고 보는'이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코코>는 이 수식어를 달기에 부족하지 않은 영화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코코>는 부여받은 '전체 관람가' 등급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