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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05. 2018

다키스트 아워, 고집, 혹은 용기

fresh review

Intro

영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영국인 중 한 명인 윈스턴 처칠, <다키스트 아워>는 그가 총리가 된 이후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서 내렸던 결정과 그 유명한 연설들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보여준다.


리더의 자리는 고독하다. 특히 역경 속의 리더라면 더더욱 그렇다. 윈스턴 처칠은 전 세계가 마주한 초유의 역경 속에 영국의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속에서 수많은 명연설과 결정들을 통해 영국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총리로 평가받는다. <다키스트 아워>는 이런 처칠의 모습을 다각도로 조명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물론 영화의 특성상 서사의 대부분은 그가 총리로서 수행하고 결정해야 했던 많은 일들을 설명하고 보여주는데 사용되지만 영화는 그가 가장으로서 가졌던 모습, 또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가졌던 모습도 두루 조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


윈스턴 처칠로 완벽하게 변신한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진작부터 화제였다. 분장은 물론 말투나 걸음걸이까지 본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철저히 윈스턴 처칠로 재탄생한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다키스트 아워>가 비교적 지루하고 평면적인 서사를 소유하고 있음에도 힘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이렇듯 게리 올드만은 이번 연기로 75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될 만큼 좋은 연기를 펼친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우리가 '윈스턴 처칠'이라는 인물을 잘 모름으로써 오는 거리감이었다. 분명히 보고만 있어도 준수한 연기라는 느낌은 들지만 그래서 지금 게리 올드만이 연기하는 윈스턴 처칠이 실제 윈스턴 처칠과 얼마나 비슷한 것인지를 알 수 없기에 감흥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게리 올드만


마지막으로 <다키스트 아워>는 비교적 다양한 카메라 무빙과 연출기법, 더불어 상황감을 더해주는 배경음악의 사용을 통해 영화가 자칫 딱딱한 전기영화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낸다. 특히 화면에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빛의 사용은 매우 훌륭한 편으로 클래식하고 영국적인 감성이 빛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다키스트 아워>는 완성도와 재미 면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것 같다. 윈스턴 처칠이 보여주었던 승리에 대한 갈망, 그리고 고집스러울 만큼 일관성 있었던 용기는 분명히 되새겨볼 만한 부분이지만, 그 가치를 얘기하는 서사는 비교적 진부했던 것 같다. 또한 게리 올드만의 훌륭한 연기와 다채롭게 시도된 연출은 칭찬할만한 부분이었지만 대체적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그레이 톤의 색감과 기시감이 느껴지는 의회 장면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재미보다는 지루함을 느끼게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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