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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an 03. 2018

패터슨, 모두의 삶에는 운율이 있다

column review

Intro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의 삶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하고 산다. 여기 미국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의 삶에도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그 안에는 특별함이 있다.


부드러운 리듬

작은 도시에 거주하는 평범한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한 주를 보여주는 <패터슨>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차분하게 모든 장면들을 소화한다. 정적이고 고요한 화면들을 118분 동안 늘어놓는 영화는 좋게 본다면 일상적이지만 한편 지루하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토록 진득하게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하는 영화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같은 플롯을 반복적으로 연출함으로써 관객들이 빠르게 이야기의 구조를 이해하게 만드는 한편 루틴 한 일상에서 아주 작은 차이도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결과를 얻어낸다. 또한 <패터슨>에는 중간중간 재치 있는 장면들과 대사들이 적지 않게 숨어있어 장면과 장면은 비교적 부드럽게 서로를 끌어당기며 리듬을 만들어낸다.

리듬


아담 드라이버

우뚝하고 휘청거리는 체격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담 드라이버는 아주 매력적인 얼굴의 소유자이거나 화려한 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 배우가 작품 사이로 걸어온 발자취는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고 <패터슨>은 분명히 아담 드라이버의 영화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이자 매일 아침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하는 버스 운전사,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는 동네 주민이자 무엇보다 아마추어 시인인 패터슨을 연기하는 그는 그 모든 역할을 한데 엮어 표현해내며 영화의 서사 한 중심에 서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주 단단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서 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패터슨>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플롯 속에서도 생기를 가지고 전혀 산만하지 않게 자신만의 얘기를 풀어놓는다.

아담 드라이버


일상의 특별함

짐 자무쉬가 보여주는 패터슨의 일주일은 분명히 일상적이다. 그가 겪는 모든 일들은 어쩌면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그 이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월요일부터 화요일, 수요일을 지나 목요일쯤을 지나갈 때 관객들은 서서히 깨닫게 된다. 삶 속의 작은 일, 누군가가 어떤 물건을 사거나, 집안에 작은 요소가 바뀌거나,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누군가가 바로 일상의 특별함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론적으로 <패터슨>은 우리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 속에 분명히 즐거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난관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도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모두 합쳐져 우리는 또 하루를 살아가고 그리고 더 성장해 나가기도 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일상


운율 있는 삶

영화 속에서 패터슨은 아마추어 시인이다. 그가 계속해서 쓰는 시의 주제는 모두 그의 삶이다. 그렇게 패터슨의 삶은 시가 되고 다시 시는 삶이 된다. 집, 회사, 집, 회사를 반복하는 우리 모두의 삶도 멀리서 보면 그저 일직선을 달리는 평면같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조금 가까이서, 자세히 본다면 다를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삶도 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속에는 항상 운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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