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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01. 2018

염력, 디테일만 가득한 평작

fresh review

Intro

비교적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으로서 '평범'한 작품들은 한 주만 지나면 새로운 작품들에 밀려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염력>은 다음 주면 내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2017년 <부산행>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에 대한 기대는 작지 않았다. 하지만 큰 성공 후에 오히려 몸을 사린 것인지 이번 영화에서는 도전적인 연출이나 선 굵은 서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제대로 시도된 적 없었던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연상호 감독은 너무나도 평이하고 진부한 전개를 선보이며 전작의 성공이 무색한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에 두루 사용된 CG의 수준은 준수했고 이야기의 흐름도 특별히 모난 곳은 없었다. 하지만 위험부담을 일체 거부한 영화는 안정적인 동시에 흥미롭지도 않다. 그나마 최근 한국 영화에 판치던 격한 신파는 없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인 <염력>은 서사의 리듬감을 살리는 데에 조금 더 욕심을 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평이


이처럼 아쉬움이 남는 연출과 서사와는 달리 주연인 류승룡과 심은경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다양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심은경은 이번 <염력>에서도 여러 가지 상황 속 격한 연기들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한편 최근 스크린에서 뜸했던 류승룡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며 초능력이 생긴 소시민의 삶을 잘 표현해냈다. 이 둘을 제외하고도 <염력>에는 좋은 조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많은 관객들의 감상처럼 카메오에 가까운 출연 분량을 가지고 있는 정유미의 임팩트는 단연 탁월했다. 이렇게 제 몫을 다한 배우들의 연기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사들은 그나마 관객들이 101분 동안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인데 특히 중간중간 작게나마 터져 나오는 웃음들과 미술팀의 세심한 작업들은 좋은 평가를 내릴만했다.

준수


결론적으로 <염력>은 배우들의 호연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미술팀의 작업과 대사가 있었음에도 오직 안전만을 추구하며 평작을 만들어냈다. 학창시절 30명이 시험을 보면 1등과 30등은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었지만 15등은 누군가가 기억하지도, 관심이 있지도 않았다. <염력>은 15등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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