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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24. 2018

월요일이 사라졌다, 낭비된 소재

fresh review

Intro

소설 원작과 리메이크 영화가 난무하는 요즘 상영관에서 신선하고 참신한 소재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가진 영화를 만난다는 것은 대단히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 흥분이 지속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 같다.


1가구 1자녀의 산아제한법이 시행되는 미래사회, 우연히 태어난 7쌍둥이들이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제작된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누구라도 탐낼만한 탐스러운 소재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연출과 서사에서 모두 부족한 수준을 드러낸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상을 배경으로 삼는 영화는 빛과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영화 전반의 분위기가 길을 잃고 헤맨다는 느낌을 자아낸다. 화면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공간이 갈 바를 잃은 영화는 자연스럽게 인물들을 품지 못하고, 무려 7명이나 되는 주연들은 연결된다는 느낌보다는 따로 논다는 느낌이 강하다. 더불어 영화가 중반도 가기 전부터 모든 반전이 허술하게 드러나고 기승전결의 탄력이나 관계를 통한 리듬감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소유하지 못한 서사는 굳이 이 영화를 123분짜리로 만들어야 했는가라는 의문만을 남긴다.

실망


칭찬할만한 점이라고는 없는 연출과 서사와는 반대로 1인 7역을 소화해낸 누미 라파스의 연기는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유일한 관람 포인트라고 할 만 하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각기 다른 개성을 소유한 7명을 연기해내는 누미 라파스는 공중 지원 같은 연출이나 든든한 아군 같은 서사의 지원은 1도 받지 못한 채 홀로 적진으로 뛰어든 람보처럼 영화를 휘젓는다. 몇 안 되는 플래시백과 임팩트 없는 몇 번의 대화로 전혀 각인되지 않는 일곱 캐릭터의 인성을 구축해낸 공은 비슷한 듯 다른 카렌 셋맨을 연기해낸 누미 라파스의 몫이다. 한편 조연으로 출연하는 윌렘 대포는 출연 분량이 너무 짧아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기도 우스운 수준이고, 비중이 적지 않은 글렌 클로즈나 마르완 켄자리 또한 서사의 진행을 위해 소모되는 수준, 그 이상은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겼다.

누미 라파스


결론적으로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흥미로운 소재가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불살라버린 잔인한 작품이다.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 연기는 분명히 대단했고 이야기는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잠재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지만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산만한 연출과 고어 하기만 할 뿐 정작 재미는 없는 액션신, 123분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허술한 서사의 구성은 좋은 소재만으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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