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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01. 2018

더 포스트, 압도적인 완성도

column reiew

Intro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면 십중팔구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감독부터 배우까지 기대감 없이 보기엔 힘들었던 <더 포스트>는 우려와 달리 기대감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선보였다.


메릴 스트립

아무런 음악도 나오지 않고 서사적으로 슬픈 구간도 아닌데 어떤 배우의 눈동자를 보는 것만으로 눈물을 흘려본 경험이 있는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 여성에 대한 차별과 무시가 만연했던 시대를 살아낸 워싱턴 포스트지의 회장, 캐서린을 표현해낸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어딘지 서툴러 보이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끝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리는 캐서린의 행동과 감정은 메릴 스트립이라는 통로를 통해 뇌를 거치지 않고 가슴으로 그대로 밀려들어온다. 연기가 좋다, 안 좋다의 평가를 내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그녀의 연기는 관람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일 만큼 완벽하다. 겨우 116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메릴 스트립이 만들어내는 캐서린의 캐릭터는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영화의 서사에 녹아드는 것뿐 아니라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슬픔과 깊이를 담아내고 그런 캐서린의 눈동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우리는 간혹 익숙함이라는 착각 속에 대단한 것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톰 행크스는 훌륭한 연기를 수도 없이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톰 행크스에 익숙해졌다. 그는 그 이상이다. 그냥 훌륭하거나 잘 하는 게 아니라 최고다. 10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한 배우가 어떤 영화에서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포스트>에서 벤 브래들리를 연기하는 톰 행크스는 지금까지 그가 연기한 어떤 캐릭터도 떠오르지 않는 순도 100%의 벤 브래들리다.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벤 브래들리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톰 행크스는 그 모든 상황과 한계를 뛰어넘어 관객을 설득시킨다. <더 포스트>의 크고 아름다운 날개가 메릴 스트립이라면 그 반대쪽에 똑같이 대칭을 이루는 날개는 분명히 톰 행크스다.

톰 행크스


스티븐 스필버그

이 감독을 뭐라 표현해야 좋을까.라고 물었을 때 선뜻 떠오르는 단어가 없다. 어떤 단어를 붙여도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장 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속에서 무엇을, 언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무서울 만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감독이다. <더 포스트>의 116분을 1분 단위로 쪼개도 버릴 장면이라고는 한 장면도 없도록 연출해낸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보이는 서사와 미술, 음악의 완성도는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완벽함처럼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화면으로 빨려 들어갈듯한 흡인력은 분명히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만들어내지만 그 흡인력을 허투루 쓰지 않고 영화 전반에 골고루 퍼뜨리고 서사를 입혀내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낸 공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차지다.

스티븐 스필버그


압도적인 완성도

결론적으로 <더 포스트>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완성도를 지닌 영화다. 언론의 자유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에 더해 용기와 직업정신에 대해서도 얘기하는 영화는 적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함에도 결코 흔들리거나 헤맨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프닝부터 시작해 천천히 템포를 올려가는 영화는 기승전결 전반에 여유로운 흐름을 유지하며 관객들을 천천히 매료시킨다. 특히 영화의 특성상 대부분의 메시지를 직접적인 대사로 전달하는 <더 포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저급하거나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이는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의 압도적인 연기,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거장의 완벽한 연출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 모든 장점들을 더해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는 의심의 여지없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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