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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r 09. 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column review

Intro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가슴 한편은 계속해서 슬프다. 6살 아이들의 인생을 얘기하는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그렇다.


환상적인 연기, 브루클린 프린스

감히 확신하건대 브루클린 프린스가 없었다면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아역보다도 강렬하고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 브루클린 프린스는 자신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생동감과 자연스러움으로 버무려진 대사를 내뱉는 그녀는 '과연 저 대사가 대본에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연기로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한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기쁨, 슬픔, 분노 등 수많은 감정연기를 소화하는 브루클린 프린스는 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깊이 있게 끌어들인다. 그녀의 연기에 빠져들어 완벽하게 무니에게 동조된 관객들은 그녀가 웃을 때 함께 웃고, 그녀가 울 때 함께 울며 어린 소녀의 마법 같은 연기를 감상한다.

브루클린 프린스


최고의 조력자, 윌렘 대포

아쉽게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에서의 수상은 비켜갔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윌렘 대포가 보여준 연기는 분명히 최고였다. 매직 캐슬의 매니저로서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 나가는 바비 역을 연기한 윌렘 대포는 브루클린 프린스가 전방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동안 후방에서 노련하게 서사의 템포를 조절한다. 영화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무니였지만 한 발 뒤에서 영화의 톤 앤 매너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한 것은 바비였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영화 전체에 골고루 영향력을 전달한 윌렘 대포의 중심 잡힌 연기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균형감과 무게감을 모두 선사했다.

윌렘 대포


찬란하게 빛나는

영화 속 무니와 친구들의 하루는 즐거운 일들의 연속이다. 돈도 없고 대단한 장난감도 없지만 매일매일 밝게 웃으며 주변을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대견하기까지 하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희망이라고는 없는, 도시의 한구석 모텔에서도 아이들은 그토록 찬란하게 웃으며 인생을 즐긴다. 혹자는 말할 수도 있다, 그들이 뭘 알겠냐고, 조금만 크면 그 아이들도 절망하게 될 거라고.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현실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시간은 동일하다. 그 가운데 아이들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절망하는 쪽 말고 희망을 보는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들 자체가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토록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희망


슬픔을 넘어서

그래서 영화를 관람한 어른들은 모두가 슬프다. 이런 세상을 살아나가야 하는 그들 때문에 슬프고, 더 좋은 세상을 주지 못한 우리 스스로에게 슬프다. 물론 나 또한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가슴 한편에 차오르는 눈물을 닦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션 베이커 감독이 의도한 바가 눈물로 가득 찬 엔딩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111분 동안이나 그토록 집요하고 아름답게 아이들을 보여준 이유가 '그래 인생은 이렇게 시궁창이야'로 끝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 아닐까. 나는,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이 처한 상황만을 보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찬란하게 빛나는 무니를 보여준다.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니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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