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가족드라마 장르의 영화에서 이 정도의 공포와 스릴을 느껴보는 것은 간만이다. 어쩌면 일상 속의 실체 있는 공포가 실체 없는 공포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작과 함께 한 부부의 법정 공방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변호사와 판사의 대사를 따라가느라 바쁜 관객들도 이 지루하지만 흥미로운 싸움이 끝날 때쯤에는 충분히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영화의 영어 원제인 custody, 즉 양육권에 대한 법정 공방으로 서사를 시작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 과감한 첫 시퀀스를 통해 강력한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즉 이 영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합법이라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다소 도를 지나쳐 보이는 일이 화면 속에 나타날지라도 관객들은 '합법'이라는 무적의 전제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답답함을 느끼는 한편 그동안 숱한 범죄 영화와 스릴러 영화들이 반복해온 '불법'과 '자극'이라는 키워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스릴과 공포와는 태생이 다른 법을 지키는 자가 선사할 수 있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런 훌륭한 전제가 영화를 지배하는 가운데에도 배우들의 열연은 충분히 돋보일 만큼 매력적이다. 영화에 국내 관객들이 잘 아는 배우는 사실상 한 명도 출연하지 않음에도 이번 작품이 첫 장편 데뷔작인 토마스 지오리아를 필두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를 연기한 레아 드루케, 불안한 눈동자와 함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력적인 아버지를 연기한 드니 메노셰 등이 열연을 펼치며 93분 동안 감정이 새어 나갈 틈이 없는 완벽한 하모니를 선보인다. 특히 극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책임지며 11살의 줄리앙을 연기한 토마스 지오리아는 필모가 전무한 신인배우임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폭넓은 감정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한 층 높인다.
영화 속 카메라는 단 한순간도 시원하고 넓은 앵글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부분 극도의 클로즈업을 사용하여 인물의 표정을 보여주거나 좁은 공간에서 꽉 찬 앵글을 보여주는 카메라는 빛조차도 넉넉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지금 이 장면이 편집된 장면이 맞는지 궁금할 정도로 어두운 장면들도 서슴없이 사용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힌 주인공, 줄리앙의 심리에 매우 밀착하여 빠져든다 더불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어야만 하는 아빠를 가장 두려운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낯선 사람으로부터 오는 공포와는 결이 다른 공포를 만들어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특히 앞서도 말했듯 '합법'이라는 전제 속에 갇힌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하게 공포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강렬하게 표현해내며 웬만한 공포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 그 이상의 두려움을 선사한다.
결론적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다양성영화, 혹은 독립영화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상업영화에 버금가는 재미와 의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영화의 소재만을 생각했을 때는 함부로 '재미'라는 단어를 쓰기에 꺼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스릴과 공포가 적당히 녹아들어 집중력을 놓칠세가 없는 연출은 충분한 재미를 느끼게 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 공포를 마주하러 나가야만 하는 무기력한 인간의 심리를 표현해낸 배우들을 통해서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메시지 또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