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위태로운 장르의 변주

fresh review

by 정세현

Intro

긴 시간 동안 사랑을 받아온 시리즈의 후속편이라면 관객들이 그 영화에 분명히 원하는 바가 있기 나름이다. 특히 SF어드벤처 장르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쥬라기 시리즈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지는 명명백백하다.


어떤 감독에게도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연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쥬라기 시리즈 정도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있는 시리즈의 후속편을 연출하는 감독이라면 일정 부분 관객들의 기대를 채워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이 부분에서 명백히 감독의 스타일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느낌이 든다. 앞선 작품들에서 기괴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온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이런 느낌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도 상당 부분 이식했다. 서사가 흘러가는 내내 무거운 공기가 지배하는 영화는 지금까지 봐왔던 어떤 쥬라기 넘버링 영화보다 공포스럽고 슬프다.

3.jpg 공포


그렇다고 영화에 어드벤처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화산이 폭발하는 섬에서 공룡들을 구출하는 과정이나 그 이후에 이어지는 화면 속에서도 액션이라고 부를만한 요소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1편에 비해서 스케일과 빈도가 모두 줄어든 액션 장면들은 공룡을 활용한 시리즈 특유의 연출을 기대한 관객에게 실망을 안겨줄 만한 수준이다. 더불어 전편이 한두 종의 공룡에게 포커싱을 맞추고 일종의 등장인물처럼 활용함으로써 몰입감을 높였던 것에 비해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다양한 종의 공룡을 등장시킴에도 출연 분량과 활약이 산만하게 퍼져 공룡들은 그저 이야기의 주변부를 맴도는 느낌이 강하다.

4.jpg 액션


결론적으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어드벤처적인 요소는 대폭 줄이고 공포 장르의 다양한 장치들을 추가하며 시리즈가 추구해온 방향성을 큰 각도로 비틀어 놓는다. 이런 장르의 변화는 분명히 새롭다고 평가할 수는 있겠으나 매우 낯설고 불편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오랫동안 시리즈를 사랑해온 한 명의 관객으로서 쥬라기 시리즈가 추구해온 SF어드벤처물로서의 매력과 스케일은 반감시키고 1편과 다름없이 유전자 조작된 공룡을 일종의 괴수처럼 써먹은 것은 심히 안타깝기까지 하다. '공룡'이라는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다양한 장르의 변주를 시도하는 것은 유의미하겠으나 기존 시리즈 팬들의 기대를 반영하지 못하고 괴수영화와 공포영화 어디쯤을 위태롭게 방황하는 시리즈의 다음 편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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