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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가 오가는 전장에서 병사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군의 총탄? 추위와 배고픔? 당연하게 떠오르는 대답들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두려운 것은 밖이 아닌 안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니스 엔드>는 기본적으로 드라마 영화다. 전쟁영화 특유의 과격한 액션이나 전투씬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전쟁터를 배경으로 하고자 했던 얘기에 공감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극의 배경을 설명하는 초반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좁은 벙커에 모인 장교들에 집중하는 영화는 107분 내내 등장인물들의 대화로 흘러간다.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개봉한 대부분의 전쟁영화에 등장하는 클리셰를 뒤집어쓴 인물들의 성격과 설정은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각 인물들의 캐릭터가 전쟁이라는 불길에 던져 넣어지는 장작처럼 쓰이던 액션 중심의 전쟁영화들에 비해 <저니스 엔드>는 주연들의 캐릭터를 오롯이 인물에게 집중하기 위한 돋보기로 사용한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물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대화가 오가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에이사 버터필드가 단독 주연인 것처럼 포장되었지만 <저니스 엔드>의 주연은 사실 샘 클라플린이라고 봐야 맞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인물과의 관계 한중심에 서있는 스탠호프 대위를 연기한 샘 클라플린은 무거운 책임감을 짊어진 리더의 다양한 심경을 준수하게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한편 에이사 버터필드와 폴 베타니, 토비 존스 등 좁은 벙커를 가득 채운 조연들은 눈에 띌만한 연기는 아니었으나 제 몫을 다 하는 연기로 스탠호프 대위가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배우 한 명 한 명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배우들이 서로 부딪치고 떨어지며 생겨나는 다양한 소리들이 곧 <저니스 엔드>의 메시지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저니스 엔드>는 실제 있었던 공간과 시간을 배경으로 배우들의 대화를 통해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는 영화다. 특히 영화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 주목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전선에 투입되는 두려움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내가 믿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알고 있던 사람이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닌 것에 대한 두려움 등 전쟁터 한복판에서 50m 밖에 있는 적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우리 내면에 도사리는 두려움에 집중한다. 이처럼 명확히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앞에 있는 곳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는 익숙하지만 잘 만들어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묘한 공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