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디즈니는 이미 자신의 많은 애니메이션 원작들을 리메이크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글북의 경우는 조금 새로운 도전이었다. 정글북의 주인공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은 동물이다. 그것도 익히 영화로 시도된 적 있던 개나 돼지 등과는 다른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 맹수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라인업이었다.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영화 CG는 아바타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컴퓨터 그래픽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이미 몇 년 전부터는 그 수준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돈만 있으면 실제 같은 효과들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고 그런 일단의 지점을 보여준 영화가 아바타였다. 정글북은 이런 상황에서도 꽤 독특한 도전이었음이 분명했다. 정글이라는 환경에서 아주 어린 꼬마 아이가 온갖 맹수들과 어울리는 것이 정글북의 기본 배경이었다. 영화는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문자 그대로 모든!) 인물과 배경이 CG로 제작되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관객들은 정글북을 감상하며 실사영화와 아닌 것의 차이점이 무뎌지는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정글북의 유일한 사람, 모글리 역의 닐 세티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무려 4개국에서 펼쳐진 치열한 오디션에서 당첨된 배우 닐 세티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10살짜리 꼬마다. 이렇다 보니 정글북에서 닐 세티에게 유려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기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꼬마 배우가 대단한 점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연기했다는 점이다. 연륜이 넘치는 중견 배우들 조차도 그린 스크린 앞에서의 촬영은 상당한 집중력을 요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는 피드백을 내놓고는 한다. 10살짜리 신인 배우에게 초록색 벽 앞에서의 감정이입은 결코 쉽지 않았을 터.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들의 상황을 고려하며 영화를 감상할 이유는 없지만 굳이 이 어린 친구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결코 부족한 연기력을 보여준 건 아니다. 한편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나는데 오히려 연기 경험이 없는 점이 이 부분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익히 알려졌듯 정글북에는 기라성 같은 명배우들의 목소리가 잔뜩 담겼다. 빌 머레이를 시작으로 스칼렛 요한슨, 벤 킹슬리, 크리스토퍼 윌켄 등이 그들이다. 비록 얼굴은 나오지 않지만 배우들의 목소리는 각 동물들에게 빠른 시간 안에 인격을 부여하며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동물들이 정말로 실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예고편에도 나오듯 카아가 등장하며 들려오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는 가히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전율을 일으키는 기이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야기에 있어서는 크게 할 말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아는 이야기. 한편으로는 참 투박하고 세련미라고는 없다. 그렇다고 인사이드 아웃이나 주토피아 같은 메세지가 있느냐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정글북이 CG만 감상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모글리와 쉬어칸의 대립, 늑대들과의 유대, 바기라, 발루와의 우정, 킹 루이의 욕심까지 정글북은 아주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가치와 문제들에 대해서 얘기한다. 정글북은 투박하지만 우직하게 할 말을 하고 놀라운 반전이나 트렌디한 흐름 없이도 나름의 울림을 전한다. 오리지날 디즈니의 방식, 나는 개인적으로 그 방식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