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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May 01. 2019

영화잡지의 종말

special column

Intro

영화잡지를 구독해서 보거나 매주, 혹은 매월 사서 보는 사람을 본 적이 오래되었다. <씨네21>을 제외한 영화잡지를 본지는 더 오래되었다. 그 많던 영화잡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사라진 영화잡지들

한 때 서점 잡지란 한켠을 영화잡지들이 당당히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 있었다. 예전부터 한국 영화잡지의 대표 격이자 지금은 유일하기까지 한 <씨네21>,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던 <무비위크>, 미디어2.0에서 발간하던 <필름2.0>, 미국 뉴욕의 냄새가 배어 있는 <프리미어 한국판>, <스크린>, <맥스무비>등 관객들이 다양하고 저렴한 영화잡지들을 골라서 볼 수 있던 시대는 지나가고, 한 권씩 폐간, 혹은 발간이 잠정 중단되더니 이제는 잘 나갈 때 10만 부씩도 찍어내던 <씨네21>마저도 2만 부 정도에 불과한 발행부수만을 유지하고 있다.


과열경쟁과 관객의 이동

그 많던 영화잡지가 모두 사라진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보자면 '과열경쟁'과 '인터넷의 발전'정도가 될 것 같다. 다양한 영화잡지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격을 극단적으로 줄인 잡지들은 천 원, 혹은 2천 원 수준에 팔려나갔고, 잡지사들은 광고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무료로 쉽고 편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들에 눈과 귀를 빼앗겼고 잡지의 비교적 길고 난해한 글들과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원가에 수렴하는 판매가를 유지하고 있던 잡지들은 관객들에게도 외면당하며 광고조차 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 다 함께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영화잡지의 종말 = 영화 저널리즘의 종말?

잡지 매체를 통한 영화 저널리즘이 실종되고 있는 것은 비단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영화잡지의 종말이 곧 영화 저널리즘의 종말인 것처럼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콘텐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에서 이미지로,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콘텐츠의 형태가 진화해가며 많은 것들이 변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책을 읽고, 어떤 콘텐츠는 글로서 전달될 때 그 밀도가 가장 잘 보존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영화 또한 여전히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깊이 있는 글과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해내고 있고, 그것이 종이 잡지가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잡지시대의 감성과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비평은 많이 없어졌을지라도 여전히 우리는 인터넷은 물론 독립 영화잡지 등을 통해 영화 저널리즘이 반영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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