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 갈지자로 도착하는 목적지

fresh review

Intro

목적지가 명확하다는 건 분명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목적지보다 그곳까지 가는 과정을 더 눈여겨보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어디로 가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봉오동 전투>는 모두가 알다시피 어디로 가는지가 명확히 정해져있는 영화다. 덕분에 관객들은 클라이막스를 기다리며 나머지 장면들을 보게 되는데, 이때 클라이막스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즐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대단히 중요하다. <봉오동 전투>는 중간중간 꽤나 멋진 액션 장면들과 소소한 재미요소들을 두루 배치해 관객들이 결말을 향해 가는 길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주조연진의 준수한 연기, 특히 유해진의 활약은 충분히 칭찬할만한 수준이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봉오동 전투>는 관객들이 기다렸던 클라이막스를 화려하게 연출해내며 140억의 제작비가 허투루 쓰이지는 않았음을 증명해낸다.

목적지

하지만 액션 영화로서의 이런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봉오동 전투>가 클라이막스까지 가는 길이 갈지자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영화의 특성상 독립군과 일본군 양측을 모두 조명하는 영화는 안 그래도 많은 등장인물에 동선까지 나뉘며 봉오동으로 간다는 것 외엔 중심축이 될만한 서사의 흐름을 잡지 못한다. 또한 일종의 악역인 일본군은 잔악무도한 절대악으로만 그려지는 한편 중반이 넘어가면 독립군을 좇아 단순히 클라이막스를 장식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액션의 사실성에 비해 적과 아군이 죽고 사는 비율의 이해하기 힘든 선택지도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갈지자

결론적으로 <봉오동 전투>는 청산리 대첩에 비해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봉오동 전투라는 소재를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준수하게 연출해 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는 있겠으나 한 편의 영화로서 높은 점수를 주기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반일'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항일'영화로서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은 될 수 있겠으나 과연 몇 년 뒤, 몇십 년 뒤에도 이 영화가 많은 관객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