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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Aug 01. 2019

엑시트, 깔끔한 재난 코미디

fresh review

Intro

지금까지 한국형 재난 영화는 '재난'이라는 키워드에 깊게 집중하다 보니 밝은 요소를 섞어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엑시트는 어울리기 힘든 요소인 재난과 코미디를 깔끔하게 섞어낸다.


<엑시트>의 가장 큰 장점은 서사와 캐릭터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형 장르영화들이 큰 줄기의 중심 서사를 제쳐두고 연애, 신파, 가족 등 끊임없이 가지치기를 시도하다가 갈 바를 잃고 헤매는 일이 <엑시트>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엑시트>는 영화 이름 그대로 '탈출'이라는 키워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붙들고 좌우도 살피되 최소한의 각도로 살핀다. 더불어 투탑 주연으로 활약하는 용남과 의주의 캐릭터 또한 이런저런 부연 설명이나 캐릭터라이징을 최소화하고 이야기에 필요한 만큼만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욕심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관객들은 온전히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에 집중할 수 있다.

탈출


여기에 반드시 칭찬하고 싶은 또 하나의 요소는 용남의 가족들로 출연하는 조연들의 훌륭한 연기다. 어느 영화에서나 조연들의 활약이 중요하긴 마찬가지이지만 재난 영화에서 조연들의 어색한 연기는 간혹 산통을 깨버리는 중차대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잔뼈가 굵은 조연들의 헌신적인 연기는 <엑시트>의 직진성 강한 서사에 리듬을 더해주는 좋은 첨가물이 되었다. 이렇듯 <엑시트>가 한 편의 영화로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재난 영화로서의 클라이막스가 다소 약하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가스라는 재난의 소재가 신선하긴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의 탈출 방법이 고갈되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조연


결론적으로 <엑시트>는 스케일이나 디테일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있음에도 웰메이드 재난 영화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조정석과 윤아의 준수한 케미와 인물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한국 재난 영화에서는 자주 볼 수 없던 요소들이라 더욱 반갑다. 마지막으로 서사가 신파에 빠져드는 것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면서 한국적인 요소들을 다양하게 첨가해보려 노력한 점도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MSG는 최소화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이런 상업영화라면 언제라도 환영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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