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Jul 25. 2019

나랏말싸미, 기승전결론은 어디로

fresh review

Intro

분명히 출발도 괜찮았고 중반까지도 크게 힘을 잃는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방향이든 일단 시작했다면 마무리까지 힘 있게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반부에서 세종과 신미스님의 케미나 연기는 모두 좋았다. 한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나름 흥미로웠고 주변 인물들을 이용한 분위기의 환기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가 지나가며 이야기는 급격하게 핸들을 꺾는다. 애당초에 명확한 악역이 없었던 영화는 인물 간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잃어버린 채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달린다. 그리고 종국에는 무엇을, 누구를 위한 엔딩인지 모를 자신만의 언어로 결론에 도달한다. 세종은 분명 모든 국민이 알기 쉬운 언문의 창조에 매달렸건만 <나랏말싸미>는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마지막을 선사한다.

결론


탄력을 잃지 않은 전반부에도, 모든 것이 흐릿해진 후반부에도 그나마 <나랏말싸미>의 미덕은 호연을 펼치는 두 주연배우다. 송강호는 <사도>에서 이미 조선의 왕을 연기했었지만 이미지적으로 크게 겹치지 않는 노련함으로 세종을 창조해낸다. 또한 신미스님 역으로 극 중 또 한 명의 주연으로 활약하는 박해일 역시 산전수전을 충분히 겪은 연기자답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이처럼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과 아쉬운 영화의 기승전결과는 별개로 <나랏말싸미>의 역사왜곡 논쟁은 또 다른 측면에서 불편함을 안긴다. <나랏말싸미>가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므로 큰 역사의 흐름 안에서 다소 상상력이 가미된 연출이나 서사의 구성은 충분히 가능하겠으나 극에서 표현되는 한글 창제의 기여도에 대한 세종대왕과 신미스님 위치는 국내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고 생각된다.

논란


결론적으로 <나랏말싸미>는 영화적 완성도와 역사왜곡 논란의 어느 측면에서도 확실한 커버가 어려운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는 아무리 좋은 의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더라도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국내에서는 특히 많은 국민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물과 소재에 대한 영화를 제작하면서 영화적 완성도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역사왜곡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영화라면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기는 대단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온 킹, 원작의 그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