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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Sep 14. 2019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신파에 잠식당한 웃음

fresh review

Intro

명절에 개봉하는 영화 중 적당한 눈물을 동반한 코미디물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도 이런 선상에서 본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너무 심각한 신파만 뺀다면.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미덕이 있는 영화다. 큰 한방이 있지는 않지만 코미디 영화로서 끊임없이 소소한 웃음을 준다는 것, 나름의 반전으로 서사의 변곡점을 만든 것, 주연 차승원의 준수한 연기와 조연들의 훌륭한 서포트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도전한 적 없었던 장애인 연기를 시도한 차승원은 그동안의 연륜이 느껴지는 깊이있는 캐릭터 해석력을 발휘했다. 전반적으로 인물들이 서사에 잘 붙지 않는 것에 비해 주연인 차승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한편 인터뷰에서도 익히 밝혔듯 배역에 대해서 고민하고 왜곡되지 않게 표현해내려는 노력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차승원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계벽 감독에게 실망했다. 전작인 <럭키>에서 신파를 충분히 들어내고도 순도높은 웃음을 선사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장본인이 만든 영화가 결국 눈물과 신파로 웃음까지 작심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차승원은 인터뷰에서 감독과 함께 '너무 신파로 가는 건 하지 말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끝내 선을 넘는다. 아주 신선한 서사는 아니어도 적당히 흥미로운 서사에 약간의 눈물도 웃음으로 요령있게 승화시켜가던 영화는 극적인 클라이막스를 지나고부터는 급격히 신파행 막장열차에 뛰어오른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열차는 결말까지 주구장창 눈물샘 역만을 사정없이 지나치며 서사적 흐름이나 캐릭터들의 마감처리 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내달린다.

신파


결론적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나름의 흐름을 가진 서사와 차승원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들의 호연, 준수한 웃음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차려놓고도 클라이막스를 지나며 들이부은 신파폭탄으로 앞서 쌓아둔 모든것을들 한 순간에 덮어버린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줄 수 있는 소재와 12년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차승원의 열연, <럭키>라는 역대급 코미디 영화를 남긴 이계벽의 협력은 그렇게 신파의 늪에 잠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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