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 한국영화를 색인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합니다.

by 정세현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우연히 들어간 영화관에서 시작된 index의 여정은 시사회를 끝으로 일단락되고 지금은 서울시내 3개 서점에 입점되어 있으며 곧 지방 서점에도 입고가 시작된다. <우리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index가 이렇게 멀리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2016년 당시보다 독립출판물 붐이 더욱 거세져서 이미 수천, 수만 부씩 팔린 책이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까지 올라간 독립출판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덕분에 누군가가 보기에 index가 이룬 업적이나 판매량은 초라해 보일 수 있다. 나 또한 index가 대단히 성공한 독립출판물이라거나 금전적으로 큰 수익을 낸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성공의 크기와 상관없이 index는 분명히 만들어진 이유를 달성했다. 아주 많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더 많은 사람이 index를 통해 <우리들>을 알게 되었고 현재 독립서점에 나가 있는 50여 권의 책과 앞으로 나갈 더 많은 책들을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우리들>을 알게 될 것이다. 여담으로 <우리들>시사회가 있던 날 박스오피스 순위에 <우리들>이 빼꼼하게 잠시 올라왔었다는 사실도 index의 힘이라면 힘이었다고 생각한다.(공식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옛날 영화라도 관객 숫자가 누적 박스오피스에 모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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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내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본다는 것이 매우 새로운 경험이지만, 서점에 내가 만든 책이 놓여있는 것은 또 다른 경지의 대단한 경험이다.


기본적으로 index가 본연의 임무를 잘 수행해낸 것에서 오는 뿌듯함도 컸지만 한국영화를 계속해서 색인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 건 역시 관객들과 제작자들의 따뜻한 말과 관심이었다. 시사회에 왔던 분들은 좋은 영화를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고 펀딩이 끝난 후에도 index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분들이 끊임없이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 색인할 영화는 무엇이냐는 질문도 받게 되고 서울의 모 독립서점에서는 꼭 책을 입고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셨다. 무엇보다 자신이 차기작 편집에 지쳐 자신감을 잃고 있었을 때 index가 다시 한번 영화를 만들 힘을 주었다는 윤가은 감독님의 진심 어린 한마디와 제작사 대표님이자 <우리들>의 제작이사이기도 하셨던 김지혜PD님의 격려는 내가 내 돈 들여 2년간 해 온 일이 분명히 누군가에게 도움과 의미가 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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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D뮤지엄에서 열렸던 퍼블리셔스 테이블 2층, 관객의 취향 부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index의 모습


index의 다음 출간 계획을 물어보시는 분들께 1년에 한 권씩 발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것은 명명백백하지만 <우리들>편처럼 중간에 장애물을 만날 수도, 돈과 시간이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index는 느릴지언정 멈추지 않을 것이고, 장애물을 만날 수는 있어도 반드시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색인출판의 기억할만한 한국영화를 index하는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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