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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Nov 15. 2019

윤희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온기

fresh review

Intro

한국 상업영화들은 지금껏 너무 인위적이고 뻔뻔하게 신파라는 MSG를 통해 온기를 만들어 왔다. 덕분에 관객들은 조금 투박하고 아날로그적이어도 담백한 온기에 목말라있다. 바로 <윤희에게>가 건네는 온기가 그렇다.


임대형 감독은 작심한 듯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아날로그함으로 채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필름 카메라를 필두로 배경이 되는 도시, 배역들의 옷차림, 심지어 카메라의 구도나 움직임마저 아날로그하다.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아련한 감상에 빠져든다. 특히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수북하게 눈으로 덮여 조용한 일본 소도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영화의 호흡이 되어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이처럼 모든 면이 다소 올드한 느낌으로 점철되어 있는 영화는 그럼에도 리듬감을 잃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처럼 급한 법이 없고 관람가의 나이대가 말해주듯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윤희에게>는 관객들의 마음속을 지그시 파고 들어와 울렁이게 만든다.

아날로그


하지만 역시 <윤희에게>의 중심에는 영화의 제목처럼 김희애가 연기한 윤희가 있다. 연기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당신이 어떤 김희애를 상상하든 아마 당신은 '윤희'에게 빠져들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인터뷰에서 '무르익었다'라는 표현이 부끄럽다고 말한 김희애는 그 단어가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윤희에게>가 정통 스크린 데뷔작인 김소혜는 대선배인 김희애의 상대역으로서 준수한 연기를 펼친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발랄한 윤희의 딸 새봄은 영화의 서사에 있어서나 분위기의 전환에 있어서나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던 만큼 데뷔작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낸 김소혜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김소혜


결론적으로 <윤희에게>는 무르익은 김희애와 발랄한 신인 김소혜의 케미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잘 버무려 담백하지만 충분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몇몇 장면에서 과거 영화들의 클리셰가 보이거나 다소 기시감이 느껴지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종합적인 완성도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동과 자극적인 연출로 물든 영화들에 신물이 난 관객이라면 윤희와 함께 105분간 아날로그 감성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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