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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업영화들은 지금껏 너무 인위적이고 뻔뻔하게 신파라는 MSG를 통해 온기를 만들어 왔다. 덕분에 관객들은 조금 투박하고 아날로그적이어도 담백한 온기에 목말라있다. 바로 <윤희에게>가 건네는 온기가 그렇다.
임대형 감독은 작심한 듯 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아날로그함으로 채운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 중 하나인 필름 카메라를 필두로 배경이 되는 도시, 배역들의 옷차림, 심지어 카메라의 구도나 움직임마저 아날로그하다. 덕분에 관객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아련한 감상에 빠져든다. 특히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수북하게 눈으로 덮여 조용한 일본 소도시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영화의 호흡이 되어 관객들을 숨죽이게 만든다. 이처럼 모든 면이 다소 올드한 느낌으로 점철되어 있는 영화는 그럼에도 리듬감을 잃지 않는 저력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처럼 급한 법이 없고 관람가의 나이대가 말해주듯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도 <윤희에게>는 관객들의 마음속을 지그시 파고 들어와 울렁이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윤희에게>의 중심에는 영화의 제목처럼 김희애가 연기한 윤희가 있다. 연기의 좋고 나쁨을 떠나 당신이 어떤 김희애를 상상하든 아마 당신은 '윤희'에게 빠져들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 인터뷰에서 '무르익었다'라는 표현이 부끄럽다고 말한 김희애는 그 단어가 자신에게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반면 <윤희에게>가 정통 스크린 데뷔작인 김소혜는 대선배인 김희애의 상대역으로서 준수한 연기를 펼친다.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발랄한 윤희의 딸 새봄은 영화의 서사에 있어서나 분위기의 전환에 있어서나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던 만큼 데뷔작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낸 김소혜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결론적으로 <윤희에게>는 무르익은 김희애와 발랄한 신인 김소혜의 케미와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잘 버무려 담백하지만 충분히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몇몇 장면에서 과거 영화들의 클리셰가 보이거나 다소 기시감이 느껴지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종합적인 완성도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동과 자극적인 연출로 물든 영화들에 신물이 난 관객이라면 윤희와 함께 105분간 아날로그 감성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