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슬픈 이야기가 무조건 나쁘고 항상 밝은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이 흘리는 눈물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여전히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신파적 클리셰와 서사의 레파토리가 문제다.
'감동'이라는 키워드를 최전방에 배치할 때부터 이미 <감쪽같은 그녀>가 나아가려는 북극성은 명확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정도를 지킬 때 아름다운 법인데 <감쪽같은 그녀>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도입부를 넘어서자마자 신파극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요소란 요소는 모두 부어 넣는 영화의 행보는 관객을 울리기 위해 작심했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덕분에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기 위한 서사적 구조의 도구로 전락하고 음악과 연출은 그저 눈물을 짜내야 하는 상황에 기계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며 영혼을 잃어버렸다.
억지 눈물로 얼룩진 영화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인물들은 이름조차 몰랐던 임한빈과 강보경, 두 아역들이다. 김수안이 연기하는 공주의 학교 친구로 등장하는 두 배우는 시종일관 깜찍하고 다소 과장된 대사를 내뱉으며 극의 씬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물론 주연인 나문희와 김수안의 연기도 준수했지만 앞서 소개한 두 배역이 없었다면 <감쪽같은 그녀>는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는 신파극으로 전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나문희가 연기한 말숙은 과거 한국 신파영화들의 클리셰를 그나마 정교하지도 않게 얼기설기 엮어놓은 총합체에 가까운 모습이어서 나문희 배우의 연기력이 낭비된다는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감쪽같은 그녀>는 홍보문구처럼 감동과 웃음을 모두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 신파극 그 이상을 보여줬다고 보기엔 어려운 작품이다. 익숙한 플롯과 푸근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신파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클리셰만이라도 조금 신선하게 비틀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