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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09. 2019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어느 가족

column review

Intro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이토록 다양한 시각을 품을 수 있는 개인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가족'이라는 소재에 있어서만은 이미 받을 수 있는 인정을 모두 받았다고 해도 좋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탐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프랑스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일본을 벗어나 찍은 영화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감독의 국적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프랑스 가족을 묘사한다. 파리에 위치한 파비안느의 집으로 그녀의 딸과 사위, 그리고 손녀가 찾아오며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익히 알아온 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의 감성이 은은하게 풍기는 듯하면서도 동양에서 서양으로 완벽하게 바뀐 배경의 영향인지 주인공들 간의 감정선과 대사가 담아내는 맛은 조금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런 것이 '서양식', 혹은 '프랑스식'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정의되긴 쉽지 않겠지만 중요한 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프랑스의 어느 가족을 묘사함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영화배우의 가족

주인공인 파비안느를 실제 까뜨린느 드뇌브의 위치와 비슷한 프랑스의 저명한 노배우로 설정한 영화는 '영화배우의 가족'을 떠올렸을 때 으레 떠올릴 수 있는 어느 선을 넘어서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가 범람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용히 담겨있기만 한 것은 아니듯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까뜨린느 드뇌브, 줄리엣 비노쉬, 에단 호크라는 훌륭한 배우들을 조합하여 다채로우면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107분의 그리 길지 않은 영화 속에 들어있는 다양한 감정들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잘 다져진 주조연들의 몸과 입을 통해 매력적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또한 놀랍게도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샤를로트역의 클레망틴 그르니에와 마농역의 마농 끌라벨은 배우 정보를 찾아보기 전에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쳐 영화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영화배우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

영화의 흐름 따라가며 프랑스의 가족, 영화배우의 가족에 대한 인지가 끝나면 결국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헤로카즈가 만든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인지하기에 이른다. 파비안느와 그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동시에 미워하기도, 그러면서 의지하기도 한다. 모든 상황들은 쉽게 넘어가는 법이 없고 매 순간순간은 위기와 해소의 반복이다. 하지만 그들이 잃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파비안느의 가족들에게 '위트'와 '희망'을 끊임없이 불어넣는다. 그 즈음에서 내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들을 볼 때 항상 빠지지 않았던 '눈물 섞인 웃음'이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비안느의 가족은 여지없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

결론적으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찾아 나가고 있는 '어느 가족'중 하나의 가족 얘기다. 당신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을 좋아한다면 분명히 이 영화가 마음에 들 것이다. 그리고 혹시 당신이 아직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을 보지 못했다면 나는 이 영화가 그의 전작들을 찾아보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받아온 상들의 숫자로 전작들의 좋고 나쁜 정도를 재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나는 단지 그 따뜻하고 위트 있는 시선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끊임없이 탐구해 나갈 어느 가족들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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