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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와 촌스러움이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처럼 클래식과 진부함의 거리도 그리 멀지 않다. 선댄스 영화제부터 차근차근 단단한 필모를 쌓아온 라이언 존슨 감독의 <나이브스 아웃>은 진부함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클래식 추리 스릴러다.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저택, 돈 많은 노신사, 그리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족들과 저명한 탐정까지, <나이브스 아웃>이 깔아놓은 판은 이미 때깔부터 클래식 그 자체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이 판에 등장하는 10여 명의 등장인물과 서로의 관계를 습득하느라 정신없이 달려야 한다. 그리고 비로소 영화의 중반이 지나고 조금씩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서사의 줄기는 단물을 내뱉기 시작한다. 이쯤부터 관객들은 영화에 몸을 맡기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와 풀려나가는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재미를 만끽하면 된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낯설지 않은 신곡을 연주하듯 추리 영화에 필요한 클리셰는 적절히 사용하고 트렌디한 사회 이슈와 현대적 소품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진부함의 잡내를 잡았다.
<나이브스 아웃>은 최근에는 흔치 않게 라이언 존슨 감독이 직접 작성한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제작되었다. 덕분에 <나이브스 아웃>의 서사는 추리 스릴러를 읽듯 빈틈없이 구성된 동시에 영상적으로도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 극의 중심에 위치한 마르타가 다소 수동적이라는 점, 사건을 풀어주어야 할 탐정 브누아 블랑의 활약이 생각만큼 폭발적이는 않다는 점이 극의 리듬감을 다소 잔잔하게 만들지만 <나이브스 아웃>의 서사는 분명히 클래식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쯤에서 자신의 첫 장편 데뷔작이었던 <브릭>부터 <루퍼>에 이어 2017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각본까지 직접 작성했던 라이언 존슨 감독의 각본가로서의 능력을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이브스 아웃>은 클래식한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이견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영화다. 목표를 향해 반듯하게 달리는 서사와 제 몫을 다하는 캐릭터들, 잘 정리되고 준비된 클라이막스는 관객이 '추리영화'를 떠올렸을 때 기대할만한 수준을 충분히 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