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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06. 2019

영화로운 나날, 일상으로 들어온 판타지

fresh review

Intro

포스터는 발랄한 로맨스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로운 나날>은 주인공인 영화의 판타지 로드무비에 가깝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로드무비 주인공은 여행을 끝낸 후 한층 성장하지만 영화는 단지 기묘한 일들을 겪은 후 일상으로 복귀한다는 점이다.


<영화로운 나날>이 스스로 규정한 대로 이 영화 속에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적 요소들이 두루 녹아있다. 그리고 그 모든 장르적 요소들은 조현철이 연기한 영화가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 녹아있다. 87분의 러닝타임 중 77분 정도를 대화에 할애하는 <영화로운 나날>은 아주 일상적인 커플의 대화부터 친구와의 대화, 누나와의 대화 등 끊임없이 상대방을 바꿔가며 대화하는 영화를 보여준다. 관객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영화의 옆에서 이런저런 대화들을 들으며 몰입하기도, 낄낄거리기도, 때로는 슬며시 미소 짓기도 하며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대화


이처럼 대화가 거의 전부인 <영화로운 나날>은 영화를 연기한 조현철에게 아주 깊게 기대어있다. 다양한 독립영화는 물론 <말모이>, <마스터>등 규모 있는 상업영화에서도 활약해온 조현철은 기묘하지만 일상적인 하루를 보내는 영화를 덤덤하면서도 밋밋하지 않게 표현해낸다. 수더분해 보이지만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려고 노력하면서 남한테 딱히 나쁜 짓은 못하는 극 중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괜스레 마음을 편히 먹은 채 스크린을 보게 된다. 한편 <영화로운 나날>이 스크린 데뷔작인 김아현 배우와 어딘지 모르게 동네형같이 친근한 전석호 배우의 호연도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배우


하루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영화는 분명히 여러 가지 이해하기 힘든 일들을 겪지만 영화는 이 모든 사건들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린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런 에피소드에 대한 특별한 설명도, 이렇다 할 변명도 없다. 어쩌면 이상덕 감독은 <영화로운 나날>을 통해 어떤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영화배우를 꿈꾸는 영화의 '영화로운 나날'그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독립영화답게 영화의 이런 접근은 대중적이거나 명쾌하진 않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영화의 하루를 따라다니며 일상으로 슬쩍 들어온 판타지를 보는 재미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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