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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21. 2020

1917, 오래도록 기억될 전쟁영화

column review

Intro

영화에 수명이 있다면 관객들이 그 영화를 얼마나 오래도록 기억해주고 다시 관람하는지가 그 기준이 아닐까 싶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의 <기생충>과 작품상을 겨뤘던 <1917>은 아마도 장수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연출

개봉 전부터 화제였던 원테이크 연출은 알고 봐도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하다. 기술적으로는 사실 여러씬을 끊기지 않는 것처럼 이어붙인 장면들이지만 관객들이 보기에 <1917>의 화면은 주인공들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것처럼 연출되어 미친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독특한 연출기법이 사용되었다고 해서 다른 부분이 소홀한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샘 멘데스는 자연광과 인공광을 적절히 혼합하여 상황에 가장 알맞은 빛을 만들어내고 배경과 인물들을 부지런히 훑어내며 단순히 긴 연출이 아닌 깊이 있는 연출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1차 세계대전 한복판에 내던져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연출


오래도록 울리는 음악

자르고 붙이는 영상의 기본 편집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1917>의 음악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음악영화도, 뮤지컬 영화도,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아닌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적어도 <1917>에서는 '제한 없음'이 답이 아닌가 싶다. 적재적소에서 확실하게 치고 빠지되 인위적이지 않은 <1917>의 음악은 공포, 스릴러, 드라마 등 영화에 장르를 부여하는 동시에 수십 가지 감정까지 표현해내며 연출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를 자처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2017년 <핵소 고지> , 2018년 <덩케르크>가 오스카에서 음향믹싱상을 받았듯 <1917>또한 2020년 아카데미에서 음향믹식상을 수상하며 이 영화가 전쟁터의 생생한 음향을 전달했음을 증명하고, 나아가 전쟁영화에서 음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까지 증명해냈다.

음악


오래도록 기억해야 할 참상

<1917>이 보여준 영화 기술들의 향연은 한참 더 칭찬해도 모자라겠지만 사실 이 모든 훌륭함들이 수렴되는 종착지는 <1917>이 내포한 메시지다. 이미 수없이 많은 전쟁영화들이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 얘기해왔지만 <1917>은 자신만의 방법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를 기억하게 만든다. <1917>이 다른 전쟁영화에 비해 특별히 잔인하거나 분노할만한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샘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일부 실화에 기반하여 만든 두 전령사의 이야기는 영웅적인 모험담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만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친구를 잃고, 전우를 살리고, 상대를 죽여야 했던 1917년 누군가의, 혹은 누구나의 이야기가 이 영화를 진정 위대하게 만든다.

참상


오래도록 기억될 영화

결론적으로 <1917>은 정말 오래도록 기억될만한 영화다. 앞서 언급했듯 연출을 제외한 음악이나 메시지,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개인적으로 순간적인 연출에 압도되어 전율이 느껴진 건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전 세계인들이 1917년 유럽에서 일어났던 참혹한 일들을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듯 2020년에 만들어진 <1917>도 그렇게 오랫동안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기억될만한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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