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영어로 gentle은 '점잖다'를 의미하고,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사람을 일컬어 'gentleman'이라 부른다. 그동안 점잖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 온 가이 리치 감독이 이번엔 정말 작심하고 작명을 한 것인지, <젠틀맨>은 너무 점잖아서 문제다.
제목에 '문제'라는 꽤나 네거티브한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 <젠틀맨>은 대단히 웰메이드 영화다. 훌륭한 배우들의 깨알 같은 캐미와 열연, 풀어놓은 떡밥을 치밀하게 챙기는 서사, 아주 새롭진 않아도 적당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연출까지, 관객들이 113분 동안 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전반부에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휴 그랜트가 연기한 플레처와 찰리 허냄이 연기한 레이먼드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조금 지루한 감은 있지만 이 부분만 넘어선다면 전체적으로는 가이 리치 답게 기승전결도 뚜렷하고 리듬감도 풍만한 편이다. 특히 많은 영화들이 SNS나 스마트폰 등 현대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등한시하거나 손쉽게 제거한 서사를 만들곤 하는데 <젠틀맨>은 이런 요소들을 과감히 사용하면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이처럼 <젠틀맨>이 한 편의 영화로서 딱히 아쉬운 부분은 없다. 하지만 범죄/액션물로서의 <젠틀맨>은 아주 좋다고 하기엔 어딘지 부족하다. 무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액션 영화라면 점잔을 빼다가도 정점을 찍어줘야 하는 부분에서 확실하게 찍어줘야 하는 법인데 <젠틀맨>은 마치 모든 것에 있어 선을 지키려는 모범생같이 점잖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점은 '선'을 넘는다는 것이 꼭 잔혹하거나 폭발시키고 부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화의 양이 많고 캐릭터 간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젠틀맨>이 기본적으로 점잖은 톤 앤 매너를 유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클라이막스에서도 여전히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문제'라고 칭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젠틀맨>은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해 줄 만한 확실한 '매력'을 찾기는 어려운 영화인 것 같다.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은 반에서 1등인 우등생과 반에서 꼴찌인 문제아만 기억하듯 관객들 또한 모든 면에서 적당한 영화는 볼 때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지만 종국에는 기억에서 잊어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