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Intro
많은 경우에 그릇보다는 그릇에 담긴 내용물이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라는 콘텐츠는 그릇이 아름답지 못하면 그 안에 담긴 내용물까지 빛이 바래버리곤 한다. 의미 있는 역사적,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하더라도 영화적 완성도가 높지 않다면 관객들이 그 영화를 봐야 할 의무는 없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이>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은 이미 해외 영화제의 수상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다. 샤를리즈 테론과 마고 로비가 각각 여우 주연상과 여우 조연상 후보로 숱하게 거론되고 수상까지 이른 것에 비해 주요 부문에는 후보조차 못 오른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는 109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메긴 켈리, 그레천 칼슨, 케일라 포스피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욕심이 과했다. 각 인물들의 스토리는 파편적으로 흩어져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지점이 느슨하다. 마케팅은 마치 샤를리즈 테론과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가 합심하여 통쾌한 한 방을 준비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들은 큰 틀에서 '연대'했을 뿐 영화적으로 봤을 때 긴밀한 '팀워크'라고 부를만한 것은 없었다. 이렇다 보니 이야기 중간중간 공감할만한 포인트들은 산재해있지만 이것들이 하나의 서사로 엮여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서사적, 구성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배우들의 힘이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다. 주연인 샤를리즈 테론은 방향성이 사실상 결정되어 있는 영화의 틀 안에서도 스스로를 다채롭게 표현해낸다. 마고 로비는 비록 조연이지만 극의 메시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하는 연출의 최전선에서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마지막으로 니콜 키드먼은 극 중 비중이 앞선 두 명에 비해서는 작았지만 본인의 이름값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인다. 앞서 말했듯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 세 배우의 케미가 도드라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세 명의 실력만은 충분히 드러나는 영화였다.
결론적으로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고,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의미 있는 영화였다는 점은 확실하나, 이야기 구성이나 디테일한 완성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어느 정도 한계는 있었겠지만 어차피 각색된 시나리오가 사용되는 것이라면 조금 더 과감한 선택과 집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