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구름 Jun 16. 2020

#살아있다, 드라마를 입은 좀비물

fresh review

Intro

한국형 좀비물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행>을 시작으로 족보는 조금 다르지만 역사적 배경을 엮어낸 <킹덤>을 지나 드라마 장르를 꽤나 신선하게 입혀낸 <#살아있다>는 한국형 좀비물의 정통 계보를 이을만한 작품이다.


자고로 장르물이란 역사적으로 그 장르를 대표할만한 작품들의 클리셰를 매력적으로 가져오는 한편, 자신만의 강점을 신선하게 표현해낼 수 있어야만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제는 꽤나 거대한 하나의 장르가 된 '좀비물'을 표방하는 <#살아있다>는 다행히 이 두 부분에서 모두 평타 이상을 해낸다. 좀비를 통해 스릴러적 요소와 공포물의 요소를 두루 활용하는 영화는 폐쇄된 공간과 적절한 빛의 사용으로 러닝타임 내내 훌륭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자 한 명의 인물이기도 한 좀비들은 매우 높은 퀄리티로 창조되어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한편 아파트에 갇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탈출기는 아주 특별하진 않지만 적당히 찔러줘야 할 곳은 찔러주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는 센스와 과감함을 밸런스 있게 갖춰 관객의 피로도를 적정 수준에서 컨트롤하는데 성공한다.

성공


좀비를 제외하면 사실상 두 명뿐인 주인공, 유아인과 박신혜는 일상적인 배경에서 독특한 환경에 맞닥뜨린 인물들의 감정흐름과 행동을 부족함 없이 담아낸다. 무엇보다 유아인은 98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다양한 감정 기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며 빠르게 캐릭터를 흡수한다. 하지만 역시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영화의 배경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 영화 전체의 서사가 하나의 메시지로 합쳐지기엔 다소 파편적인 사건들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좀비물에 드라마적 요소를 신파와 질척임 없이 담아낸 점은 확실히 칭찬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칭찬


결론적으로 <#살아있다>는 디테일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음에도 시각적으로, 서사적으로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을만한 좀비 드라마 영화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 이 정도의 완성도를 성취한 조일형 감독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동시에 어려운 시국에 많은 분들이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관람해보시면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냥의 시간, 어긋난 성장곡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