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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파수꾼>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충무로에 등장했던 윤성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돌아온다는 소식은 묻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윤성현 감독의 차기작은 감독과 배우들의 엇갈린 성장곡선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파수꾼>으로 대종상과 청룡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던 이제훈은 이제 충무로에서 상업영화 한 편은 거뜬히 이끌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 같은 영화에서 훌륭한 조연으로 열연을 펼쳤던 박정민 역시 어떤 영화에 나와도 자신의 몫을 넘치게 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사냥의 시간>이 온전히 빛을 발하는 순간은 10년간 꾸준히 자신의 내공을 닦아온 두 배우, 그리고 안재홍과 최우식이 함께 케미를 터트리며 대화를 나누는 순간뿐이다. 윤성현은 <파수꾼>에서 자신이 드러냈던 송곳니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배우와 배우가 맞물리는 순간의 공기가 어때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에서도 배우들간의 케미를 높은 텐션으로 이끌어낸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와 화면 때문에 밝히 드러나진 않지만 배우들의 성장곡선은 분명히 우상향이다.
윤성현이 <파수꾼>에서 하나의 송곳니를 드러냈다면 이제 다른 송곳니를, 혹은 어금니를 드러내야 했지만 관객들이 확인한 것은 허약한 주변 이빨들 뿐이었다. 근미래의 디스토피아적 사회상을 배경으로 삼은 <사냥의 시간>은 단순한 몇 가지 장면들과 인물들의 짧은 하소연에 극의 배경을 깔아보려 하지만 전혀 설득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배경이 무너진 채로 시작한 영화는 어떤 미장센을 얻고 싶은 건지 명확하지 않은 불빛 장난에 영화의 본질마저 흐리며 현실감도 판타지적 상상력도 얻지 못한 채 방황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점은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며 장르의 프레임과 배우들의 실력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리듬감을 상실한다는 점이다. 성공적인 첫 장편이 윤성현에게 어떤 부담이었을진 모르겠으나 10년의 시간 동안 윤성현의 성장곡선은 배우들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 것 같다.
결론적으로 <사냥의 시간>은 좋은 출발을 함께했던 윤성현 감독과 배우들의 사뭇 달라진 능력치를 확인하게 되는 영화였다. 배우들은 헛헛한 서사 속에서도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지만 연출은 커진 스케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도를 잃어버렸다. 훌륭한 감독이라도 언제나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순 없기에 윤성현 감독이 <사냥의 시간>에서 드러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더 멋진 작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