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review
수많은 스포츠 실화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기승전결의 서사적 구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155년 역사의 멜버른컵에서 우승을 거머쥔 첫 여성이었던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라라걸>이 바로 그런 영화의 표본이다.
<라라걸>은 미셸 페인이 왜 승마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떻게 역경을 이겨냈고, 결국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98분의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는 의자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어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말, 그리고 기수들의 세계를 구경하는 일뿐이다. 그렇다고 <라라걸>이 밋밋한 영화인 것은 아니다. 실제 호주 출신 배우인 테레사 팔머와 삼중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본인을 뉴질랜드 인으로 생각하는 베테랑 배우, 샘 닐의 탄탄한 연기는 관객들의 감정을 필요한 만큼 들었다 놨다 하며 충분한 리듬감을 만든다. 또한 리드미컬한 경마경기를 능숙하게 다뤄내는 카메라와 경쾌하게 울리는 배경음악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부족하지 않다.
<라라걸>은 서사의 흐름과 배우들의 연기, 전하는 메시지도 모두 스포츠 감동 실화의 '표본'이 될 만하다. 표본은 '모범'적이라는 의미에서 좋은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모두가 참고하기 위한 가장 '보통'의 것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감독이 미셸 페인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멜버른 컵 우승으로 마무리 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이처럼 긴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내고 싶었다면 러닝타임을 늘리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미셸 페인의 거의 모든 생애를 98분에 담으려다 보니 서사의 흐름과는 별개로 건너뛰는 구간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기승전결이 막힘없이 깔끔한 점은 좋으나 지금까지 봐왔던 스포츠 영화들과의 뚜렷한 차이점이나 특장점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결론적으로 <라라걸>은 미셸 페인이라는 한 인물의 역사적인 도전과 성공담을 바탕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스포츠 감동 실화다. 아름다운 화면과 잘 어우러지는 음악, 배우들의 준수한 연기, 꿈과 가족에 대한 메시지가 전하는 따뜻함은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감상할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 영화가 내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