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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Feb 06. 2021

승리호, 기워 넣은 것들의 부조화

fresh review

Intro

도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모든 도전이 찬사를 받을 순 없다. <승리호>는 240억의 제작비가 들어간 소위 '대작'이다. 이런 영화가 단순히 국내 '최초'라는 허울뿐인 타이틀로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승리호>의 첫 번째 엇박자는 외국적인 요소와 한국적인 요소를 기워 넣으며 발생한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뭔가 '힙'한 것을 시도해보려고 했던 조성희 감독이 이미 커질 대로 커져버린 스케일에 과부하가 걸린 것인지, 혹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투자사들의 입김이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영화는 우주공간에서 길을 잃은 듯 어느 것 하나 맛깔나게 살리지 못했다. 듬성듬성 등장하는 이런저런 소품이나 외국어만으로 서양적 색채가 드러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한국식으로 잘못 기워 넣은 부분의 정점은 후반부로 갈수록 절정으로 치닫는 신파다. 중반 이후까지 그럭저럭 잘 버티던 영화의 이야기는 결국 마지막 부분을 신파로 끝맺으며 그나마 쌓아왔던 이야기마저 의미 없게 만드는 최악 수를 둔다.

최악인데?


영화의 큰 틀을 누덕누덕 기워 넣은 영화는 팝콘영화답게 빠르고 속도감 있는 편집을 선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감만 있을 뿐 '리듬'감도 완성도도 없다는 점이다. 과연 편집을 완성하고 개봉한 영화가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어이없는 편집점과 미술팀의 작업이 무색하게 공간의 특성과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연출은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를 느끼게 한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240억의 제작비 중 대부분이 사용되었을 CG와 소품들뿐인데, 이마저도 한국영화로서 평가한다면 대단히 발전한 수준이지만 이미 수많은 우주적 스케일의 영화들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눈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편집점이..


결론적으로 <승리호>는 겉으로 보기에 꽤나 그럴싸한 CG와 볼거리를 만들어냈지만 영화적인 본질, 이야기와 연출은 물론 영상이라는 콘텐츠의 기본이 되어야 할 편집에서 아마추어적인 완성도를 보이며 그저 그런 B급 액션영화 이상의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작품이 되었다. 충무로가 다양한 장르와 스케일에 도전하는 것은 대단히 환영하는 바이지만 <승리호>처럼 두서없이 기워 넣은 결과물을 보고 싶을 관객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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