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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Sep 04. 2021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유사 마블 영화

fresh review

나는 이 영화에서 '중국'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대를 우주까지 확장한 마블에게 주인공의 국적과 배경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마블이 지금까지 타협하지 않았던 '완성도'의 법칙을 따라 하는 시늉만 하는 게 문제다.


기존에도 마블 유니버스에 무기 없이 싸우는 캐릭터는 존재했다. 하지만 샹치가 선보이는 무협 액션은 확실히 기존의 것과는 다른 양상의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익히 알던 중국 무협의 그것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곳곳에 녹아있다. 더불어 기승전결에 놀랍도록 적절하게 배치된 액션 장면의 배분은 액션 영화 장인 마블의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기존의 마블 팬들이라면 본편보다 더 흥미진진했을 2편의 쿠키영상도 '역시 마블'이라는 생각을 심어줬다.

그나마


액션만 놓고 보자면 그럭저럭 칭찬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개연성과 캐릭터들의 만듦새, 서사의 흐름은 이 영화가 정말 마블이 만든 영화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아니 오히려 확실히 아니라고 단언할 정도로 엉망이다. 마블은 기존 영화들에서 다소 느리더라도 한 땀 한 땀 캐릭터에 살을 붙이고 주인공이 싸우는 이유를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때까지 집요하게 설계했었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샹치는 물론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대부분의 캐릭터 정체성을 과거 영상 몇 개와 기시감 가득한 대사 몇 마디로 만들어내려는 우를 범한다. 덕분에 132분이 지나도록 관객들은 인물들의 마음과 결정이 공감되기는커녕 갈수록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서 멀어지기만 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못 봐줄 정도였는데 마블의 기존 팬들이라면 한숨이 절로 나올 마블 시리즈 최악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엉망


결론적으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기존 마블 시리즈의 성공 법칙을 어설프게 적용한 유사 마블 영화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가 마블 시리즈가 아니라 독립적인 한 편의 영화로 나왔다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지조차 의심스럽다. 앞으로 샹치가 마블 유니버스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샹치를 주인공으로 한 단독 2편이 나온다면 1편의 문제점들을 확실히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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