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review
2016년에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리런치 영화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감독과 주연배우를 대거 교체하면서 전편이 저지른 실수들을 시원하게 치워버렸다. 덕분에 이번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도, DC유니버스의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개과천선이라 할만하다.
2016년에도 2021년에도 관객들이 자살특공대에게 기대하는 바는 동일하다. 본인들의 이름처럼 무지막지한 액션과 또라이 같아도 웃음이 터지게 만드는 B급 유머다. 그리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지점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기승전결 내내 아낌없이 쏟아붓는 액션들은 스케일과 단단함을 두루 갖췄다. 캐릭터성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개연성 측면에서도 결코 모자라지 않은 액션신들은 이것이 진정 DC유니버스의 영화가 맞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만족스럽다. 더불어 작정하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제작된 장면들은 다소 고어하긴 하지만 영화의 흐름상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녹아들었다.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받아온 자녀에게 '봐, 열심히 하니까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부모의 심정이 이런 마음일까?
'스쿼드'라는 명칭을 붙이고 화려한 군단을 꾸린 영화가 한 명의 멱살잡이로 전진하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우리는 2016년에 마고 로비의 할리퀸 외에 얻은 것이 없었다. 하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분량과 비중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이 영화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마고 로비 뿐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놀랍고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물론 옆 동네 마블이 열과 성을 다해 한 명의 캐릭터를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그 깊이가 같을 수는 없겠으나 이번 영화에 새롭게 등장한 이드리스 엘바의 블러드스포트나 존 시나의 피스메이커는 그 존재감과 케미가 영화의 B급 감성과 찰떡으로 맞아떨어져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여전히 스쿼드의 중심축이 할리퀸인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적어도 이번 '스쿼드'의 케미는 과거보다 훨씬 훌륭하다.
물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서사를 절대평가했을 때 훌륭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전편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의 서사는 개과천선했다고 할 만하다. 우선 스쿼드가 구성되는 과정에 속도감과 설득력을 모두 부여했다는 점, 적어도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에 큰 오점이 없다는 점이 그렇다. 더불어 캐릭터를 소모하는 방식이 과감하고 거침없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몇몇 인물들의 행동과 결정은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중간중간 극의 빠른 전개를 위해 뭉개지는 부분들이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충분히 빌드업 되지 않은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는 점, 액션의 분량이 압도적인 영화에서 나름대로 서사를 풀어냈다는 점을 감안하여 개인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결론적으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유니버스가 개과천선하면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영화다. 물론 감독에게 전권을 준다고 항상 좋은 결과물이 나오라는 법은 없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경우는 좋은 소재가 제임스 건 감독의 능력과 폭발적인 시너지를 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도 DC유니버스의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