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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이라는 세 글자를 들었을 때 관객들이 기대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2017년 이후 4년 만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히 찾은 것 같다.
류승완 감독을 정의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아마도 '액션'일 것이다. <베를린>이나 <베테랑>처럼 서사의 처음과 끝이 모두 액션으로 점철된 영화를 기대한다면 <모가디슈>는 기대에 다소 미흡한 영화일 수 있다. 하지만 <모가디슈>는 물량이 압도적이지 않아도 질적으로 만족할만한 액션신들을 다수 보유했다. 특히 중반 이후에 등장하는 다양한 액션신들은 한국 영화의 그것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연출적 완성도와 디테일이 뛰어나다. 특히 4개월이 넘는 기간의 해외 촬영을 통해 얻어낸 이국적인 풍경들은 서사의 배경에 색다른 재미를 가미한다. 당신이 <모가디슈>에서 어떤 아쉬움을 느끼든 최소한 액션신에 있어서는 류승완 감독의 이름값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볼거리가 확실하긴 해도 <모가디슈>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반으로 넘어가기 위한 초반 빌드업이 다소 부실하다는 점은 가장 아쉬운 점이다. 시간을 좀 더 써서라도 등장인물들의 배경이나 관계를 좀 더 두텁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더불어 주도적으로 극을 끌고 가는 인물이 부재하고 다수의 주연이 서사를 밀고 당기다 보니 영화의 초반은 돛을 잃어버린 배처럼 앞으로 나가기보단 파도의 흐름을 따라 표류하는 느낌이다. 이런 현상은 영화의 중반이 넘어서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못하는데, 후반에 가서는 여러 명의 인물들에 두루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효과가 발휘되긴 하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관객이라면 그전에 집중력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결말 부분이 다소 처지는 느낌은 들지만 신파의 늪에 발목 정도만 빠지고 곧바로 빠져나오는 길을 선택한 것은 매우 칭찬해 주고 싶다.
결론적으로 <모가디슈>는 부족한 점이 있는 영화지만 250억 가까이 들어간 제작비가 훌륭한 액션신들로 잘 구현되었다는 점, 마지막까지 신파를 자극하는 연출이 최소화되었다는 점, 남과 북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름 신선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의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아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