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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10. 2021

블랙 위도우, 그래도 마블

colomn review

Intro

내 눈이 이미 어마 무시한 퀄리티와 스케일을 자랑하는 어벤져스의 활약에 익숙해져서인지, 혹은 그저 마블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인지, 개인적으로 <블랙 위도우>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영화였다. 그래도 마블은 마블이다.


그래도 액션

마블영화만큼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 이토록 풍성한 액션 시퀀스들을 담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블랙 위도우가 초능력이 없는 인간이라는 점, 우리가 아는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이 두 가지만 감안하고 본다면 <블랙 위도우>의 액션은 영화관에서 관람할 가치가 차고 넘친다. 아낌없이 퍼붓는 액션과 캐릭터의 매력을 백분 살린, 그러면서도 억지는 최소한으로 줄인 액션신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마저 느끼게 한다. 마블 특유의 속도감 있는 편집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정교하게 분배된 액션 분량, 동어반복을 허용하지 않는 액션 유형의 조합은 '그래, 이게 마블이지!'를 외치게 만든다.

액션


그래도 스칼렛 요한슨

2010년 <아이언맨 2>부터 블랙 위도우로 활약해온 스칼렛 요한슨은 명실공히 지금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일궈낸 장본인 중 한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 자체가 다른 영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능력을 보유한 영웅은 아니다 보니 작중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스칼렛 요한슨 없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대서사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드디어 제작된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에서도 스칼렛 요한슨은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초반에 영화의 분위기가 다소 무겁게 흘러감에도 옐레나 역의 플로렌스 퓨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며 텐션을 끌어올리는가 하면 액션 장면에서는 세월이 무색하게 아크로바틱하고 유려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왜 자신이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블랙 위도우'였는지를 몸소 증명한다.

스칼렛 요한슨


그래도 이야기

마블이 대단한 한 가지 이유는 그 오랜 시간 동안 그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엮어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블랙 위도우>에서도 마블이 잘하는 점은 유감없이 드러난다. 마블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쌓아둔 이야기 사이를 정교하게 벌리고 블랙 위도우와 가족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집어넣는다. 어떤 면에서 <블랙 위도우>의 서사는 '디즈니'의 색이 짙게 배어든 것 처럼 느껴진다. 본질적으로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가 '가족'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빌런의 존재가 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점, 많은 팬들이 기대했던 블랙 위도우의 과거사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도 남는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스칼렛 요한슨이 블랙 위도우로 출연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단독 주연 영화가 될 확률이 거의 100%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야기


그래도 마블

결과적으로 <블랙 위도우>는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마블'을 외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던 '블랙 위도우'의 마지막을 장식한 마블의 방식은 역시나 따뜻했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캐릭터를 떠나보내는 것은 항상 아쉬운 일이지만 이런 영화와 함께라면 그 슬픔이 조금은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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