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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Dec 09. 2021

돈 룩 업, 싱싱한 재난영화

column review

Intro

많은 관객들에게 '재난영화'는 팝콘 씹으며 보는 블록버스터 영화장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담 맥케이 감독은 재난영화도 다른 색깔을 입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싱싱한 연출

<돈 룩 업>의 첫 번째 미덕은 속도감과 리듬감을 두루 갖춘 연출에 있다. 아담 맥케이는 전작들에서도 그랬듯 영화가 루즈해지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교차편집하고 시간의 변화를 리드미컬하게 표현해 내는 아담 맥케이의 연출을 보고 있노라면 왜 영화가 '편집'의 예술이라고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880억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블록버스터급 장면들이 존재함에도 쓸데없이 폼 잡는 부분이 없다는 것 또한 놀라운 부분이다. 몇몇 장면들은 높은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칼같이 잘려 나가서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한다.

연출


싱싱한 배우들

아담 맥케이 감독이 배우들을 모아 찍기 하는 일이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훌륭한 배우 라인업은 항상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는 굳이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훌륭했다. 가장 좋은 연기는 연기인지 모르는 연기라고 생각하는데, <돈 룩 업>의 주연들이 바로 그런 연기를 펼쳤다. 조연들의 면면은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을 뿐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배역이 출연 시간에 상관없이 함부로 소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은 영화를 산만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돈 룩 업>의 배우들은 반듯한 건물이 지어지는 것 같이 각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하지만 넘치지 않게 수행했다.

배우들


싱싱한 메시지

영화가 예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영화는 여기에 더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아담 맥케이의 영화들은 항상 내 기대를 충족시켰다. <돈 룩 업>을 보고 나면 '재난은 무엇일까?', '진짜 재난은 외부에서 오는 것일까?' 같은 질문들이 마음속에 생겨난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잠시 떠오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듯 싱싱하게 꿈틀거린다. 어떤 메시지를 싱싱하게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담 맥케이의 경우는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영화 속 디테일을 통해 메시지가 살아 숨 쉴 환경을 만들어낸다. 쉼 없이 낄낄거리다가도 한순간 숙연해지게 만드는 힘, 그런 메시지가 <돈 룩 업>에 존재한다.

메시지


싱싱한 재난영화

<돈 룩 업>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어떤 재난영화보다 싱싱한 재난영화다. 많은 재난영화들이 자연의 위대함을 이용해 팝콘 소비를 조장하거나 가족 사랑을 외칠 때 아담 맥케이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지금 우리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아, 물론 질문에 도달하기까지 본연의 장르인 코미디에도 대단히 충실하다는 점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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