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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06. 2022

토르: 러브 앤 썬더, 어떻게 마블이 변하니

fresh review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며 마블의 성공은 영원할 줄 알았다. 아니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2011년에 등장해서 벌써 10년 넘게 현역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어벤져스 원년 멤버, 토르에게도 예외는 없다.


기본적으로 마블의 서사는 빌런이 만든 문제를 히어로가 해결하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빌런이 만드는 문제가 관객들에게 정말 문제로 다가와야 한다. 문제가 크고 도전적일수록 영웅이 멋지게 빌런을 무찔렀을 때의 쾌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문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신 도살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지고 있는 고르를 등장시켰음에도 영화의 전투씬은 무난하고 상투적인 방식으로 연출되는데 그쳐 고르의 능력이 그다지 위협적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크리스찬 베일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의 훌륭한 연기력 덕분에 고르의 존재감이 미약하게나마 생겨났기 때문이다.

고르


서사의 틀이 흔들린 건 그래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마블 영화에서 액션의 질과 양이 모두 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를 두 명이나 출전시키고도 특색 있는 장면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한다. 타이카 와이티티의 연출은 마치 '토르'라는 영웅을 이제 막 알기 시작해서 이 영웅의 능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의 연출처럼 느껴진다. 더군다나 개연성을 만들어줘야 할 인물별 이벤트와 사건은 너무 가볍게 생략되거나 우연히 발생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그나마 영화를 보며 괜찮다고 느꼈던 지점은 인물들의 가벼운 대화와 농담에 피식하며 웃게 되는 부분 정도였던 것 같다.

토르들


결론적으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영광스럽던 마블의 전성기는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물론 앞으로 나오는 모든 마블 영화들이 이번처럼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블'이라는 꼬리표 하나로 영화를 믿고 보던 시기는 이제 지나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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