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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21. 2022

외계+인 1부, 여의주 없는 이무기

fresh review

괴작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돈이 아까울 정도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나는 단순히 시도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은 아니다. <외계+인 1부>는 시도만으로 보기엔 그럭저럭 만듦새를 갖췄기에 더욱 아쉽다.


너무 기대를 내려놓고 봐서인지 개인적으로 <외계+인 1부>는 꽤 괜찮은 부분들이 많았다. 1, 2부를 합쳐 400억을 투입한 영화의 CG는 놀라울 정도는 아니지만 눈에 거슬릴 정도도 아니었다. 초반에 다양한 설정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부분이 어색하고 오글거리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세계관에 대해 관대한 마음을 품고 조금씩 이야기에 녹아들다 보면 신선함은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감상할 만한 액션 시퀀스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2부를 만들어 놓고 개봉한 1부인 것 치고는 2부만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는 아니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의 전개나 볼거리 모두 한 편의 영화로서 부족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럭저럭


뜯어보면 분명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닌데. 결국 전체를 봤을 때 <외계+인 1부>의 산만함은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이야기의 구조를 나눈 것부터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이렇다 보니 영화가 142분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생략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태반이고 인물들의 행동에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물론 2부에서 이야기를 조금 더 풀 수 있다고는 하지만 빌드업이 촘촘하지 못하니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은 막을 길이 없다. 이 부분이 유독 아쉬운 이유는 최동훈 감독이 캐릭터버스터를 만드는 데 정말 능한 감독이기 때문이다. <외계+인 1부>를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모든 요소가 붕괴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최동훈이라서 이 정도로 단점을 감소시키고 장점을 유지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동훈


결론적으로 <외계+인 1부>는 여의주를 가지지 못한 이무기처럼 대단히 아쉽다. 분명히 이야기의 확장성이나 캐릭터버스터로서의 포텐셜을 담뿍 품고 있음에도 결국 용이 되지는 못했다. 조금만 더 다듬고 조금만 더 유려했다면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용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외계+인 1부>에는 그 '조금만'이 되어줄 여의주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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