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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l 29. 2022

한산: 용의 출현, 연출이 있는 역사교육자료

fresh review

관객은 영화의 답이다. 1761만 관객이 <명량>을 관람했다는 사실은 영화의 완성도와 별개로 작품의 존재 의미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한산: 용의 출현>의 제작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어떤 '당연함'도 영화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순 없다.


<한산: 용의 출현>은 전작인 <명량>에 비하면 밝고 가볍다. 서사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시원하게 흘러가고 이해하기 어렵거나 복합적인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고난이 존재하지만 그 깊이나 꼬임이 얇고 나지막해서 긴장되는 장면조차 많지 않다. 영화의 최종 종착지인 클라이막스의 스케일은 웅장하고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상전투씬에 아낌없이 사용된 CG기술은 유려하고 말끔하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편의에 맞게 각색되거나 추가된 인물들도 개연성을 심하게 해치지 않는다.

그래픽


이렇게 나열해 봤을 때 <한산: 용의 출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난함'이다. 심지어 무난함을 넘어서 이 작품이 영화인가?라는 의문까지 든다. <한산: 용의 출현>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떤 배우로 대체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이자 끝이어야 할 이순신 역의 박해일도 마찬가지다. 김한민은 영화에서 캐릭터가 뛰어놀 공간을 처음부터 준비하지 않았다. 129분의 러닝타임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클라이막스 뿐인데 이마저도 가공할만한 CG의 스케일이 만든 강렬함일 뿐 그 이상은 없다.

캐릭터


결론적으로 <한산: 용의 출현>은 연출이 들어간 역사교육자료마냥 단조롭고 무난하다. 물론 단조롭고 무난한 것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온 국민이 사랑하는 역사적 영웅이 등장하는 액션물을 유려한 그래픽으로 감상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영화 한 편 추천해달라고 할 때 <한산: 용의 출현>을 추천해 줄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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