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1편을 이기는 2편이 없다고는 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봤던 영화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한 편의 영화로 끝나는 것이 아쉽기 마련이다. 오늘은 진짜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개인적으로 속편을 보고 싶은 영화를 다섯 편 소개해 보려고 한다.
2016년 5월에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제목에서도 추측할 수 있듯 속편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된 액션영화였다. 이제훈의 신선한 액션 연기와 조성희 감독이 만들어낸 독특한 세계관이 매력적이었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140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 모았지만 손익분기점인 300만 관객에는 반도 미치지 못한 성적으로 속편 제작이 무산되었다. 제작사와 투자사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영화 자체의 퀄리티도 준수하고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스타일의 영화였기에 지금이라도 속편이 제작된다면 충분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5년 9월 사극 장인인 이준익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사도>는 꽤나 무거운 정통 사극영화였다. 송강호와 유아인의 불꽃 튀는 연기 대결과 훌륭한 연출이 합쳐진 영화는 620만이 넘는 관객을 만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도>의 마지막 부분에는 소지섭이 정조로 등장하는 짤막한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소지섭이 정조를 연기하는 속편을 기대한 건 나뿐인지 궁금하다. 물론 정조를 주인공으로 한 <역린>이라는 영화가 있지만 무려 10년이나 지난 영화이기도 하고 정조가 조선사 전체를 보더라도 꽤나 인기 있는 인물인 만큼 이준익 감독만의 스타일로 소지섭을 주인공으로 한 정조영화가 속편으로 나온다면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나에게 제일 좋아하는 영화를 알려달라고 하면 세 손가락 안에는 꼭 들어가는 영화가 <러브 액츄얼리>다. 2003년에 개봉한 영화로 무려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릴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러브 액츄얼리>인 것 같다. 세월이 많이 지난 만큼 속편이 나온다면 마냥 달콤한 사랑 얘기일 순 없겠지만 2016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알란 릭맨을 제외한 당시 주연진이 모두 모인다면 더 이상 연출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마음도 한 번쯤은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혹시라도 속편이 나온다면 완성도와 별개로 추억의 배우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가슴 찡할 것 같다.
한국인들이 특별히 사랑해 마지않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많은 명작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인셉션>이야말로 흠잡을 곳 없는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셉션>은 액션과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 서사까지 너무나 완벽하게 완결된 영화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세계관이 딱 한 번만 쓰이고 끝나는 건 관객들에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2023년 개봉한 <오펜하이머>로 기어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수상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물오른 연출력으로 <다크나이트>처럼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한편쯤 제작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은 순도 높은 팝콘영화가 땡길 때가 있는데 헐리웃의 수많은 팝콘영화 중에서도 내가 속편을 보고 싶은 영화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3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인 셜록 홈즈 시리즈를 가이 리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 영화 시리즈는 2009년과 2011년 각각 1, 2편이 개봉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가이 리치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연출도 돋보이지만 지금은 몸값이 너무나 높아져 버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하는 셜록 홈즈와 주드 로의 왓슨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 웰메이드 팝콘영화다. 1, 2편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편이기에 당연히 3편이 나와야 했지만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너무 바빠지는 바람에 시리즈가 2편에 멈춰버렸다. 그나마 오늘 소개하는 영화들 중 유일하게 속편 촬영 시도가 있었던 영화라는 점이 위안거리지만 이마저도 코로나로 엎어지면서 3편의 개봉일은 미지수가 되어버렸다.
속편은 주로 1편의 큰 성공이 있은 후에 제작되기에 필연적으로 1편을 뛰어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훌륭한 속편들도 존재하는 만큼 퀄리티 좋은 속편들이 계속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