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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시간 안에 관객을 설득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진중한 영화에서 감독이 개그 욕심을 내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생각을 비우고 봐야 할 액션 영화에 메시지에 대한 욕심이 과하게 들어가면 장르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다.
포스터부터 예고편까지 순수한 액션 영화 그 자체를 표방하는 <더 러닝 맨>은 일단 닉값을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글렌 파월이 연기하는 주인공, 벤 리처즈가 133분 동안 영화 안에서 뛰는 거리는 내가 평일에 출퇴근하면서 뛰는 거리와 비슷한 것 같다. 단순히 뛰는 장면이 적은 게 문제는 아니다. 영화 내내 주인공은 쫓기는 신세이고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인데 그런 긴박함이나 절박함이 화면으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다. 영화 속 주인공보다 출근 시간에 지하철 못 탈까 봐 뛰어내려가는 내 마음이 더 긴박할 것 같다. 중간중간 나오는 액션신들도 지루함을 잠시 잊게 해줄 정도일 뿐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은 없다. 근미래 배경을 만들기 위한 미술팀의 작업과 몇몇 도구들이 그나마 볼거리라면 볼거리지만 특출나게 멋진 것도 아니어서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서사 전체만 놓고 보면 그럭저럭 설득력은 있다. 나름 개연성과 메시지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보인다. 다만 가족 이야기에 프로파간다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으려다 보니 이야기는 무겁고 장면과 장면의 연결점은 헐겁다. 대량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태반은 1회성 소모품처럼 사용되고 중반부 이후에 끼어든 인물들의 결정과 행동은 와닿지 않는다. 감독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면 장르 선택이 잘못된 것 같고,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거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이야기를 쳐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더 러닝 맨>은 머리를 비우고 OTT에서 멈췄다 틀었다 하며 보는 밥영화로는 무난하지만 영화관에서 제값을 내고 서스펜스를 기대하며 볼 만한 영화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든 작품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의 존재 이유가 액션 블록버스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더 러닝 맨> 같은 영화들이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