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고의 영화 5선

special column

by 정세현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5년에 관람한 35편 넘는 영화를 돌아봤다. 한 편 한 편 볼 때는 그저 좋다고만 느꼈는데 모아서 정리해 보니 올해는 정말 풍성하게 영화를 여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년 동안 정말 좋았던 영화가 5편이 넘는 걸 보니 말이다. 매우 개인적이지만,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영화 5편을 개봉순으로 정리해 봤다.


콘클라베, 취향 저격

선발한 5편의 영화 중에 가장 개인적인 취향에 맞는 영화가 뭐였냐고 묻는다면 <콘클라베>다. 한정된 공간을 풍성하게 보여주는 연출, 디테일이 살아있는 미술, 불꽃 튀는 배우들의 연기, 무엇보다 무겁고 깊은 주제를 다이나믹하게 흔들어재끼는 서사의 리듬감까지. <콘클라베>는 내가 영화를 볼 때 즐겁다고 느끼는 모든 요소가 러닝타임 내내 가득 들어찬 영화였다.

콘클라베1.jpeg
콘클라베2.jpeg


F1, 영화관이여 영원하라

개인적으로 영화 제작비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영화관에서 관람할 때 120% 온전해지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F1>은 그런 의미에서 올해 본 블록버스터 영화 중 영화관에서 관람할 때 가장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영화적으로 보면 다소 투박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넉넉하게 남을 만큼 압도적인 시청각 경험을 준 영화는 올해 <F1>이 유일하지 않았나 싶다.

더무비1.jpeg
더무비2.jpeg


어쩔수가없다, 그래도 박찬욱

박찬욱을 좋아하는 관객들은 <어쩔수가없다>를 보며 박찬욱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딱히 박찬욱에 관심이 없던 관객들은 여전히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다. 두 의견 모두 일부 공감한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어쩔수가없다>는 그래도 여전히 박찬욱스러운 면이 있었고, 생각보다 대중적인 면을 많이 주입한 작품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이 박찬욱의 최고작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올해 본 가장 좋은 영화 중 하나로 선정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어쩔1.jpeg
어쩔2.jpeg


세계의 주인, 한국영화의 희망

부제가 매우 거창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들>, <우리집>에 이어 6년 만에 돌아온 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은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진화한 윤가은 감독을 만날 수 있는 영화였다. 원래부터 본인이 잘했던 부분은 조금 더 날카로워지고, <우리집>에서 보였던 자기복제적 기시감도 말끔히 덜어냈다. 나는 윤가은 감독이 더 많은 작품을 굉장히 오랫동안 찍었으면 좋겠다. 그건 단순히 좋은 영화가 더 개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영화가 뒷걸음질 치지 않을 수 있게 지지해 주는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세주1.jpeg
세주2.jpeg


국보, 압도당하는 경험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 재미있는 영화, 감동적인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러닝타임 내내 압도당하는 느낌이 드는 영화가 있다. 올해 나에게 <국보>는 그런 영화였다. 내가 일본에 살아본 적도 없고 가부키가 뭔지도 모르지만 화면은 처절하게 아름답고 이야기의 몰입감은 엄청났다. 무려 175분에 이르는 영화였지만 1분 1분이 정말 꽉 찬 영화. 다시 보라면 엄두가 안 나지만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은 올해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였다.

국보1.jpeg
국보2.jpeg


2026년에도 계속되는 영화여행

매주 관람했던 영화 중에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화도, 기대를 넘어서는 영화도 있었다. 2026년도 아마 비슷할 것이고 그 사실이 사뭇 위안이 된다. 계속해서 기대할 영화가 있다는 것. 간혹 아쉬운 영화를 만날 때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이 있기에 좋은 영화를 만났을 때 더 기쁜 것이 아닐까? 내년에도 나를 포함한 모든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만나며 영화 여행을 이어가기를 바라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행과 나날, 삶이라는 이름의 여행